이카루스의 꿈
이카루스의 꿈
  • 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 승인 2020.04.28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2018년 10월, 김창호 대장을 포함한 5명의 원정대가 ‘코리안웨이’ 신루트를 개척하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됐을 때다. 위대한 탐험가의 마지막에 대한 존경을 담은 애도의 물결이 사회 곳곳에 퍼졌다. 하지만 왜 그런 위험한 곳을 제 발로 가서, 구조팀을 고생시키냐는 조롱 어린 반응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어느 교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을 얻고자 그런 모험을 하는가?”라며 회의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의 말대로 우주에 인간도 보내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탐험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인간의 유약한 몸을 이끌고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오르려 했는가. 그들의 생을 건 꿈과 도전은 정녕 헛된 것인가.

이러한 비난과 회의는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지금은 19세기 ‘초 등정의 시대’처럼 정복되지 않은 산들도 없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상 정복’이 목적이라면 고도의 운송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무엇이 이렇듯 인류의 진보를 가능하게 했는지 따지는 것이 먼저다.

인간의 신체는 유약하다. 외부의 공격에 쉽게 찢어지며 응전할만한 강력한 이빨도 없다. 다만, 인류는 끝없이 탐험했다. 마치 DNA에 각인된 본능인 것처럼. 대양을 넘고, 대륙을 횡단하고, 새로운 터전을 다졌다. 더 멀리, 더 높이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유약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타고난 탐험 욕구는 물리적 세계에 머무르지 않았다. 추상적 세계에 대한 탐험 욕구, 존재에 대한 탐구는 인류를 지구라는 행성의 기득권을 쥔 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하게 했다.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붙이고 하늘을 날다, 너무 높이 오르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태양의 열에 밀랍이 녹아 떨어진다. 태양에 닿고자 한, 이카루스의 발칙한 욕망이 바로 인류의 성장 동력이었다. 자신의 육체로, 각자의 방법으로 직접 세계의 지붕에 닿고자 하던 사람들. 그들은 오늘날의 이카루스들이다. 인류의 진보를 가능케 했던 원형적 욕망을 담은 그들의 꿈을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는가. 그들의 도전 정신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새로운 도전을 움트게 한다. 구르자히말 남벽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자 떠난 김창호 대장, 그의 꿈이 결코 헛되지 않은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