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수필(隨筆)은 미를 추구하는 문학
[월요단상]수필(隨筆)은 미를 추구하는 문학
  • 경남일보
  • 승인 2020.05.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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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수필답게 써보려고 하면, 수필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냥 펜 가는대로 쓴다고 해서 수필다운 수필이 되는 건 아니다. 수필이 문학이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소재를 보고 느낀 감정과 생각이 심미적인 가치와 학문적 의미를 우선 언어로 형성화해야하기 때문이다. 형성화된 언어의 구조물 속에는 주제의식이 아는 듯 모르는 듯 함축되어 은은히 깔려 있어야 하고 그것이 독자의 가슴에 가닿아 그들의 심혼을 흔들어 놓을 때 비로소 한 편의 수필이 창작됐다고 볼 수 있다.

수필은 소설로 쓴 시가 아니면 시로 쓴 철학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즉 수필은 산문(散文)이면서도 시적(詩的) 분위기가 있어야 하고 시적 분위가 있으면서도 철학적인 사상(思想)이 숨어 있어야 된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필은 어디까지나 수필이지 시나 소설이나 철학은 될 수 없다.

수필은 비형태적(非形態的)이고 대비적이고 서술적이고 설화적(說話的)이면서 의미로 미를 추구하는 문학이다. 소설은 허구적인 것을 내용으로 발단, 전개, 절정, 극적 전환 등 구성형식이 있는 점에서, 구성 형식이 창의적이고 자유롭고 내용이 허구가 아닌 수필과는 다르다. 철학이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수필은 진실의 독백을 서술하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

수필 창작에는 우선 감정과 생각을 담을 어휘를 찾아야 하며 그것들을 합해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수필다운 수필을 창작하자면 어휘의 발굴과 문장 형성 과정에 고뇌와 아픔도 있겠지만 보고 느낀 대로 쓰다보면 적합한 어휘의 발굴도, 정확한 뜻이 담긴 문장을 만들긴 어렵다. 문장을 모아 단락을 만들고, 단락을 모아 작품으로 만들어낼 때 그것들의 배열과 조직에 강한 주제정신이 작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이미 구상해 온 어떤 형식, 이것을 무형식의 형식이라 할까. 그 형식은 소재와 주제에 따라, 또는 작가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그때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창의력을 발휘해서 다양하게 창작해낼 수 있다. 따라서 수필은 무형식의 문학이 아니라 그 형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듯 그러한 경지에 있는 멋있는 문학이라 볼 수 있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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