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이 나뉘는 지점을 지키는 일
입장이 나뉘는 지점을 지키는 일
  •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 승인 2020.05.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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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나는 유명한 관광지를 찾았다. 또, TV에 방송된 밥집에서 음식도 먹었다. 다른 상황이지만 다음에 취하는 나의 행동은 같았다.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10명 중 9명은 분명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중 7명은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한다. SNS는 나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외에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 ‘화훼농가 살리기 챌린지’ 등의 장이 되며 사회에도 영향을 준다. 지금은 코로나19 속에서 고생한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한창이다. 나를 넘어 사회로 확장된 네트워크는 SNS가 가진 생명이다.

대중이 모이는 광장은 소통에서 폭로의 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의미심장한 제목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SNS를 통해 퍼지는 시간은 빠르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갑질 사건’과 ‘미투 운동’도 시작은 SNS였다. 우리 사회를 조금은 선하게 만들어 가는 SNS 폭로가 가진 긍정적인 면모다. 그러나 N극이 있으면 S극이 존재한다. 한쪽 입장이 있으면 반대쪽이 있는 건 세상의 이치다. 우리는 처음 한 공감을 놓지 못해 정작 중요한 사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유명 유튜버의 ‘부동산 문제’를 폭로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계약서에 인감을 찍은 유튜버가 계약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주였다. 이 영상 하나로 그녀는 부동산 사기범으로 낙인찍혔다. 대부분은 그녀의 성급한 계약을 지적했다. 잘 알아보지 않고 찍은 인감은 화를 더했다. 그녀는 해명 영상을 통해 인감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유튜버, 공인중개사, 매도인이 전부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다. 한 폭로가 3명을 동시에 잠 못 들게 했다.

한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를 가진다. 누구보다 사건을 잘 아는 두 사람이지만 입장은 다르다. 말 몇 마디를 빼거나 더해도 전혀 다른 사건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 폭로 게시글 속 우리가 지키는 중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사건의 경위는 다 파악하지 않은 채 한 사람 입장을 편들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건을 폭로하는 게시글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오늘의 나는 게시글 밑에 섣부른 ‘동조’가 아닌 ‘중립’을 밝혀본다.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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