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0.05.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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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5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미투’(나도 말한다)를 외친 여성이 있다. 1964년 강간을 당했지만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최말자씨(74·여) 이야기다. 부산여성의전화는 4일 언론을 통해 부산지방법원에 6일 재심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18살이던 최말자씨는 저항했지만 돌아온 것은 도리어 혀를 잘리게 한 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또한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피해자에게 강압적 검사의 수사가 진행되었고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는 2차 피해로 더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하고 있다. 2차 피해를 한 당시 법원도 문제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가족의 냉대를 당해야 했고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했다. 피해자만 억울한 가슴 부여잡고 5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그냥 잊혀지는 일이었다면 재심을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 줄 사회의 정의가 필요하다. 안희정사건, 서지현검사의 미투로 용기를 얻었다며 말문을 열어준 최말자씨의 재심청구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990년 고 김학순 할머니는 “내가 일본군 ‘위안부’였다”라고 증언을 했다. 소위 지금의 미투 사건이다. 김 할머니가 1939년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것을 증언을 하기까지 51년이라는 시간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참담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식민역사의 희생자였던 할머니가 바라던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은 아직도 미해결된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많은 미래세대가 할머니의 용기를 지지하고 있다. 할머니옆에 서서 ‘수요시위’로 함께 하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으로 함께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역사적 정의와 함께 할머니의 명예도 바로 세워지길 바란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1939년보다 1964년보다 얼마나 바뀌었을까? 최말자씨는 1964년은 가부장제 사회가 너무 견고할 때라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받았고 故 김학순할머니는 1939년은 일제강점기라서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 현재는 어떤 사회일까? 가부장제 사회보다는 성평등사회라서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었고 전쟁으로 인한 식민지가 아니라서 강제로 성추행,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사회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나 반문해 본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려움에 처한다면 사회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난달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은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시장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여성 피해자는 피해만으로도 신음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했나 안했나로 몰아가며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텔레그렘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노예라 부르며 성착취했으며 유료회원들을 모집해서 운영했다. 공간이 달라졌을뿐 성노예가 존재하는 셈이다.

지난 6일 창원에서는 40대 남성이 60대 여성 사장을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며 살해했다. 여성에게 대접받아야 하고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여성혐오사건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어야하는 사회는 근절되어야 한다. 성평등사회가 누구도 억압받지 않는 사회가 함께 웃는 사회다. 인지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당장!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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