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존댓말 판결문을 응원합니다
법원의 존댓말 판결문을 응원합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5.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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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달 초 어느 TV방송이 법원 판결문의 모든 문장을 존댓말로 쓴 어느 고등법원 판사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비록 소수의 법관들에 의해 시도되는 이러한 일들이 향후 우리나라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과 법원의 위상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형사사건에서는 대부분 피고에게 ‘징역에 처한다’ 라든가 ‘벌금에 처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피고가 아닌 입장에서는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민사사건 판결문에서는 ‘피고는 원고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식의 명령문의 구조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민사사건에서 피고에게 명령하는 것과 형사사건에서 피고에 대해 ‘징역에 처한다’는 식의 객관적 표현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무언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형사사건에서는 범죄피의자를 피고로 하여 대한민국 검사가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그 범죄 성립여부와 형벌 부과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무죄선고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피고의 범죄성립을 법원이 인정하는 것이고, 또 그에 대해서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인데, 범죄자인 피고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명령하는 문장이 아닌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민사소송사건은 당사자 사이에서 법률관계의 존부나 이행책임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 스스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의 이행판결은 모두 주문에서 피고에게 ‘지급하라’는 명령문을 사용하고, 이 부분만 뺀 다른 주문을 비롯한 모든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예삿말을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법원이 유독 민사사건의 피고에게만 ‘지급하라’는 식의 명령문을 사용하여야 할 이유나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이 부분도 ‘피고는 원고에게 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문은 용어가 어렵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한 문장의 길이가 1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너무 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한때는 분명 우리나라 사람이 작성했지만 작성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글이 바로 의사의 차트기록과 법원의 판결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의 판결문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 시용을 자제하면서 짧고 명료한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법원의 판결문이 수요자 중심, 즉 국민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는 존댓말과 예삿말 또는 반말의 구분이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에 법원판결의 권위를 생각하면 존댓말로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게다가 판결문을 존댓말로 작성하면 판결문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체 판결문을 존댓말로 작성한 판사가 판결문을 예삿말과 존댓말로 작성해서 비교해 본 결과 글자 수는 늘어났지만 전체 분량 면에서는 모두 23페이지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존댓말로 작성된 판결문에 대해 법원의 권위문제를 거론한다면 과거 거의 모두가 한자어로 되어 있던 우리나라 법령에 대해 완벽하게 한글화를 완성한 것을 예로 들고 싶다. 처음에 많은 법률가들이 법령의 한글화에 반대한 것은 한자로 된 법률용어에 익숙했기 때문에 한자로 표기가 되어야 그 뜻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이유와 더불어 법률이 모두 한글로 작성되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법령이 한글로 되어 있는 지금은 그와 같은 비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법원의 판결문은 형사사건이든 민사사건이든 모두 예삿말로 작성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공정하여야 하고 또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문의 권위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비롯될 수 있지만 판결문을 존댓말로 쓴다고 해서 그 권위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법부도 판결문의 형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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