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집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집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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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맑은 어린 고양이의 발톱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울음 아래

붉은 적요가 이룬 또 하나의 일가

-천융희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빈집을 유랑하는 몇몇 고양이의 배가 바닥에 닿을 듯 출렁인다. 불룩해진 배를 이끌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저들의 눈빛이 못내 적막하기만 하다. 굳게 닫힌 대문 앞, 해를 거듭하는 감나무는 저 홀로 꽃을 피워 무심히 붉은 감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때가 되어 새끼 고양이의 목청에 허기가 맴돌면 어미의 발걸음이 사뭇 분주해지는 어느 시골 마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하룻밤 사이 부고를 알리거나 요양원으로 떠나신 어른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진 채, 청마루에 걸린 빛바랜 액자 속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청마루 아래 일가를 이루고 사는 고양이 눈빛에는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눈물이 고여 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울음이 허물어지는 담을 부축이고 있는 것이다./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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