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코로나19,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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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어느 날 다윗 왕은 궁중 세공인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나를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어 다오.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두거나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또한 큰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도 함께 담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게 해줄 ‘수신(修身)’의 글귀가 새겨진 반지 하나를 만들도록 명령한 것이다. 배움이 모자란 세공인은 다윗왕의 지시를 받들만한 글귀를 생각다 못해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한 말씀 부탁했다. 솔로몬 왕자는 세공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 주었다.

“이 글귀를 반지에 넣어시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승리에 도취한 순간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전하께서는 자만심을 가라앉히실 수 있을 것이요, 또한 절망 중에도 이 글을 본다면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전 세계인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차제에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과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의 내 생활이 너무 번잡하고 수선스럽진 않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많고 많았던 회식이나 술자리 없이도 일상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점도 새삼 재확인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안전을 뒤로하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밤낮을 잊고 땀 흘리는 의료인들과 격리된 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남에게 소홀했던 우리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경제성만을 추구하며 환경을 훼손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한 것이 이번 사태를 몰고 온 간접 원인이 될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함께 반성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전화위복의 계기 삼아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자. 지구촌 곳곳에서 공기가 깨끗해지고 대기질이 확연하게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의 대기질이 예전보다 아주 깨끗해져 지구가 되살아나고 있다니 참으로 기막힌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년보다 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봉쇄조치로 공장 가동이 멈추고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이 끊기면서 대기 및 환경 오염물질의 발생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병원들의 경영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4월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입원환자 수가 평균 30%정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자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4개월여에 걸쳐 시행된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예방조치가 국민들 사이에 일상화되면서 잔병치레가 줄었다는 것과 이로 인해 이전보다 몸이 건강해져 병원 나들이가 뜸해졌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생전에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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