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지리산 농부, 공상균씨
시를 읽는 지리산 농부, 공상균씨
  • 임명진
  • 승인 2020.06.04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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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농부 일상 담은 산문집
출시 일주일만에 베스트셀러
코로나 시대 도시민 감성 자극
고향인 하동에서 귀농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공상균(61)씨를 만난 건 지리산 형제봉이 올려다 보이는 화개면 부춘길의 산기슭에 있는 그의 아담한 농장에서였다.

환갑의 나이에 그는 귀농의 일상을 담은 자신의 첫 산문집을 냈다.

그동안 틈틈이 써 온 글들을 모아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책이 지난 5월 25일 출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 국내 도서 출판 순위에서 수필 분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도, 시인도 아니다. 그런 환갑의 시골농부가 처음 출간한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으니 주변에서도 깜짝 놀랐다.

“전생에 제가 무슨 덕을 쌓았는지, 책에 제 사인과 인사말을 써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솔직히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책속에는 그의 인생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여정마다 연관 있는 시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에, 사람과의 단절에 지친 도시인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는 시를 사랑하는 문학 소년이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를 특히 좋아했다.

17살이 되던 해 2월 어느 날, 어려운 집안 형편에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도시로 돈을 벌러 집을 떠나야 했다.

집에서 역까지는 십리 길, 눈 쌓인 길을 따라 아버지는 말없이 앞서 걷기만 했다. 어린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책 속에는 그런 아버지를 향한 그의 애틋한 사랑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에서 그는 안상학 시인의 ‘아배 생각’과 자작시 ‘꽃을 품어주는 저 산처럼’을 통해 생전에 꽃구경 한번 시켜드리지 못한 불효를 탓하고 있다.

20대의 그는 민중 신학에 심취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 양영하(56)씨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사람이 그리워지자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고향 화개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는 “심은 대로 거두는 땅의 성정이 그러하듯 너나없이 고른 세상은 흙에 있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돈을 벌어 못 다한 공부를 하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이 오십에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시와 소설을 공부했다. 시 읽는 농부로 살며 매일 정성껏 시를 옮겨 적고 삶의 이야기로 옷을 입혀 사람들과 허물이 없이 나누며 가슴을 설레는 중이다.

그가 그려놓은 일상의 풍경은 소소하지만 아름답다. 그만의 관찰력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를 마치 그림을 그릴 듯 묘사해 놓았다.

그 저변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가득 묻어나 있다. 그는 9917㎡(3000여 평)남짓의 면적에 매실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판로를 개척했는데 입소문이 나 전국에서 노하우를 배워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다.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딸도 최근 아버지의 거듭된 권유에 귀농을 선택했다.

딸의 젊은 감성과 60대 아버지의 노하우가 조합돼 주력상품인 매실의 가공과 판로 확보에 더 주력해 나갈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창업대학원에서 제2의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경험담을 전하는 등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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