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29] 마음
강재남의 포엠산책 [29] 마음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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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그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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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 그곳은 외지고 낡은 곳입니다. 그러면서?내 가장 중심이며 순정한 자리입니다.?순결한 언어와 숨결을 쏟아 부어 언제나 꽉 차 있고 언제나 비어있어 당신을 앉히기 좋을 자리입니다. 그리하여 더욱 정갈하게 정리하는 곳입니다. 오늘도 당신을 위해 그 자리를 비우고 닦습니다. 비운 자리는 맑고 정한 기운이 머물다 가고 일시에 소멸하기도 합니다. 그것으로 족한 삶이라 여기는 곳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오랜 묵언과 당신을 읽어 온 묵독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당신과 내가 연대하는 다정하고 쓸쓸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내 사랑은 비워두는 만큼 차오릅니다. 오늘 내가 닦아둔 그 자리에 내일의 당신이 오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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