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부모자격증
아동학대와 부모자격증
  • 경남일보
  • 승인 2020.06.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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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최근 며칠 동안 핫뉴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며칠 전 한 지역에서 계모가 어린 아동을 여행용가방에 7시간동안 가두어 질식사로 사망하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또 다른 지역에서 계부가 여자 아동을 쇠사슬로 묶어놓고 학대하며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아, 급기야 폭력과 굶주림에 시달린 어린 소녀가 집밖으로 탈출하여 구조된 극적인 사건들이나타나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런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 한쪽에서는 저 출산율 때문에 온갖 정책을 동원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아동을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방치하고 있으니, 정말 모순된 일이 아닌가.

아동학대는 왜 일어나고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만 좀 더 개선될 수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아동학대는 약 80%가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아동을 돌보고 사회화시키는 데 주역을 담당해야 할 부모들이 오히려 가정에서 아동을 학대하여 미래의 사회구성원을 병들게 한다는 의미이다. 즉 부모가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가 최근 3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 가운데 85%는 죽고 나서야 우리 사회가 학대 피해를 인지하는 것으로 보고 하였다. 이는 아동학대 징후를 의심하는 신고 건수는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발견하지 못하는 ‘위기 아동’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보호관찰 대상자와 동거하는 경우, 최소 월 2회 이상 가정을 방문해 피해 아동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보호관찰 강화 방안’을 시행해 왔는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러한 ‘전담 보호관찰관 제도’를 7월부터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한다고 하니 이는 매우 잘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동학대 방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책적인 방안과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더 중요한 것이 부모의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적인 측면이라 하겠다. 부모는 자녀를 가지면서 새로운 부모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부모역할 수행이 생각처럼 만만하지는 않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세 명이나 키우면서 잘 살고 있는가 하면 어떤 부모는 자녀 한 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녀교육으로 인해 부부가 잦은 싸움을 하게 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며, 극단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동안 양육에 힘이 들면, 처음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약한 수준의 아동학대가 시작되지만, 한번 학대를 하게 되면 만성이 되면서 점점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할 때, 자녀훈육 및 부모역할 수행이 포함된 부모교육을 몇 시간 이상 이수해서 그 자격을 받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부모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는 부모만이 자녀를 출산해서 양육하고, 부모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부모는 아예 자녀를 출산할 권리를 제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위의 사례와 같은 부모의 자녀학대라는 비극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는 미혼남녀가 결혼을 앞두고 반드시 받아야하는 자격증 제도로서의 부모교육을 받게 된다면, ‘부모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는 적극적으로 감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자녀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인 슬로건이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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