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청년정책
청년과 청년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20.06.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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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경남역사문화연구소 진주향당 상임고문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청년이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분노할 때 비로소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년’이 그 대안이다. 대한민국 청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개화기의 청년은 봉건적 사회질서 타파와 근대적 사회개혁의 주역이었고, 새로운 사회의 주체임을 천명한 1900년대는 청년의 지위와 가치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산업화시대에는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정치와 권력의 부정과 탄압에 항거하는 주역으로 기능했다. 3.15 부정선거 규탄과 6월 민주화 항쟁 등은 대한민국 청년이 국가를 이끌고 보존하는 주체이자, 대안이었임을 역사속에서 증명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청년의 위상은 추락했다. 과거 세대 청년들이 추구하던 목표는 고속성장 시대에 밀려 추진동력과 방향성을 잃었다. 사회참여 기회는 제한되고, 사회진입도 어려운 시대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세대를 풍자하는 ‘N포세대’ ‘헬조선’ ‘수저계급론’이 등장하고, ‘갭이어’ ‘딩크’ ‘욜로’ ‘쓰죽회’ 등과 같은 청년세대의 새로운 인생관이 생겨나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의 암울한 현주소이다.

청년이 미래 국가 운영의 주체라는 새로운 사회 인식의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청년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사회혁신에서의 청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청년이 주체가 되는 청년정책의 기조가 수립되어야 한다. 청년정책의 방향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 당사자에게 청년정책의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닌 아이디어 가공자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년정책은 청년활동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설자리’, 뉴딜일자리 사업인 ‘일자리’, 청년 주거환경 사업이 핵심인 ‘살자리’, 청년활동공간 조성사업인 ‘놀자리’ 등 4개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트랜드는 단연 ‘청년기본조례’ 제정이다. 청년기본조례 제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의 형성과 발굴로부터 출발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청년 문제와 청년 정책의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지속가능한 청년정책의 발굴’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기본조례 제정과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뒷바라지 행정’이다. ‘행정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운영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청년정책 수립에 있어 주체의 부재라는 변명 역시 더 이상 용납되어서 안된다. 지역에 청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제대로 참여할 다양한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음을 자인해야 한다. 청년정책의 출발은 반드시 이 지점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청년정책 슬로건은 ‘청년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힘을 주세요’이다. 한국의 청년정책이 여전히 청년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청년정책 역시 그다지 새롭거나 과감하지 못하다는 우회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지역이 청년주체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청년정책에 왕도는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라도 청년이 주체가 되어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청년들에게 그 기회를 제대로 제공한 적이 없다.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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