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둠벙
[천왕봉]둠벙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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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농촌 출신이라면 ‘둠벙의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들녘 어딘가에 반드시 있었던 숨 터 같은 곳이었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농촌 들판에는 둠벙이 있었다. 가뭄이 들때면 농작물을 위한 감로수 같은 존재였다. 때론 아낙네 수다 넘쳐나는 빨래터였고, 어린 태공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소중한 생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보고였다.

▶논 주변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물웅덩이를 사투리로 둠벙이라 부른다. 수리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산이 머금은 물이 샘솟는 논에는 둠벙을 팠고, 개울로 이어진 논에는 물길을 내 둠벙에 물을 가두었다. 생김새나 크기는 논배미마다 달랐다.

▶둠벙의 실용적 가치는 관정이나 관개수로 시설 같은 문명의 이기로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갈기능 외에도 수질오염원 정화, 생태계복원, 경관개선 등이 부각되면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생태관광자원과 전승되어야 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성 둠벙이 지난해 11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고성군은 여세를 몰아 올해 12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지정하는 세계 관개시설 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고성지역은 해안지역 특성상 하천이 발달하지 못해 둠벙이 많았다. 현재 14개 읍면에 444개가 남아있다. 선조의 지혜가 깃든 고성 둠벙의 세계 유산 등재를 기대해 본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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