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커피숍 방문기
[경일춘추] 커피숍 방문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07.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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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륜 변호사
 
 
최근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커피숍 방문하기이다. 몇 년 전까지는 스타○○등 유명 브랜드 커피숍을 자주 이용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사전 주문한 후 차에서 내리는 번거로움 없이 차 안에 앉은 채로 드라이브 스루로 아메리카노 한잔을 건네받으면 스마트한 도시인이 된 듯했다. 현대적 외관에, 능숙한 고객 대응, 깨끗한 매장 관리 등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유명 브랜드 커피숍보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동네(?) 커피숍이 더 좋아졌다. 아내와 저녁에 남강변을 산책하다가 강변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신 것이 시작이었다. 의자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저녁 풍경이 아름다웠다. 주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평화로워 보였다. 그 이후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끼리 커피숍에 가보았다. 딸 아이는 사천 바닷가 카페를 좋아한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가끔 요트 타는 사람들도 있다) 달달한 딸기 주스 마시는 걸 좋아한다. 아들에게 진양호공원은 동물원 가는 곳이 아니라 아이스티와 빵을 먹으러 가는 곳이 되었다. 업무차 충무공동에 있는 공공기관들을 방문할 때도, 건물 안에 있는 커피숍을 들려 본다. 공공기관마다 특색있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연출해 두었다. 그 속에서 직원들이 차 마시는 모습을 보면, 그 공공기관의 분위기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거창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갔을 때다. 지인이 거창에 멋진 커피숍이 생겼다고 해서, 20분이나 차를 달려 가보았다. 서울에서나 볼법한 큰 규모에 멋진 공간을 뽐내는 가게였다. 왠지 주변 거창 시내까지 근사해 보였다. 요즘은 점심 약속을 잡으면 정작 점심은 재빨리 해치우고 가까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나만이 아는 멋진 커피숍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면, 괜히 으쓱해진다.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다가 옛 집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새 빌딩이 들어선 걸 보면 마음 한편에 서운한 느낌이 든다. 최근에 망경동을 지나다가, 옛 주택을 개조해 운영하는 커피숍을 발견했다. 은은한 백열전등 조명과 앤틱한 가구들로 내부를 꾸며 두었다. 무엇보다 20년 이상 된 주택 계단, 옥상 등을 원형대로 활용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인지 그 커피숍에서는 평소보다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들릴 나만의 장소가 하나 더 생겨서 반가웠다. 어느덧 여름이 한창이다. 가끔 가까운 동네 커피숍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무더위도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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