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범죄와 ‘인권 불감증’
성 범죄와 ‘인권 불감증’
  • 경남일보
  • 승인 2020.07.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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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서울특별시 시장 박원순의 갑작스런 ‘자살’로 국민들이 영문을 모른 채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영결식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서울특별시 박시장의 ‘지속적인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발을 듣는 국민들의 마음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는 누구보다 약자인 여성을 지지한다는 나름 페미니스트였고, 또한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의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아 여성의 인권을 지켜주었던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자신이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지속적인 성추행’ 범죄자였다는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으로 이 사건의 진상을 회피해 버렸지만 정황으로 볼 때, 고발된 다음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시장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권력 남용’과 ‘인권불감증’이다. 서울시장을 3차례 연임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다보니 여비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권 불감증’이 생긴 것이 아닐까? 조사과정이 남았지만 “비서 자리를 떠나고 싶다”고 고발인이 의사를 밝혀도 받아주지 않고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인권 불감증’ 외에 생각할 수 없다. 고발인이 동료들에게 ‘박 시장의 성추행’을 신고했지만 “박 시장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무시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무소불위 권력의 일면일 것이다.

둘째, 약자인 여성에 대한 ‘인권 무시’ 가능성이다.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는 위치에서 도리어 약자인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다.

몇 년 전 충남 도지사 안희정의 ‘성범죄’로 인한 감옥살이 결과나 몇 달 전 부산시장 오거돈의 ‘성추행’으로 인한 ‘부산시장직 사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보면서도 태연히 ‘지속적인 성추행’ 범죄를 계속한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여성에 대한 ‘인권 무시’가능성을 판단할수 있다. 부산시장의 ‘성추행’사건은 부산시장직 사퇴 이후 아직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밝혀지지 않았다. 고발한 여성의 인권은 복구되지 않은 상태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다. 박 시장은 이를 보며 여성에 대한 ‘인권 무시’를 생각지 않았을까.

셋째, 그는 내로라 하는 가톨릭 신자이다. 그런 그가 예수님이 엄명하신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돌보라’라고 한 계명을 무시하고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같은 신자인 나는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이 몹시 부끄럽다. 신자로서의 기본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남자의 일시적인 실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말이 가당키나 한 일 인가! 하루가 아니고 4년이라는 세월이다. 우리의 아내나 딸, 또는 누이가 이처럼 서울시장으로부터 그렇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에도, 시장의 일시적인 실수라고 넘어갈 사안일까.

결론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전 국민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느낀다. 둘째, ‘인권 감수성’도 마찬가지로 교육되어야 하겠다. 모든 사람의 인권에 대해 존중하는 생각을 가지고, 여성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강화되어야만 이런 ‘성범죄’ 관련 사건들이 없어질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 모든 공직자들을 비롯해서 일반 사회인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성범죄’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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