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전쟁, 과학지식에 달렸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과학지식에 달렸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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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역사는 2020년을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맞서 대대적인 전쟁을 시작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6월말 현재 전 세계 210개국과 크루즈선 선박에서 약 300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약 20만 명이 숨졌다, 인구 100만명 당 확진자가 300명, 사망자가 20명을 넘어섰다.

인류가 겪는 고통은 이렇게 숫자나 통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앓고 있거나 숨진 사람들의 불행,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거나 그들을 잃은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역병의 확산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인류는 유사 이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끈질긴 공격을 받아왔으며, 숱한 희생을 치러가며 이들에 대응해 왔다.‘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역병 극복’의 역사를 써 온 것이다.

지금부터 3200년 전인 기원전 1200년에 지금의 이라크지역인 바빌론, 이란과 중앙아시아에 해당하는 페르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에 해당하는 남아시아 지역에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역병이 돌던 당시에 인도 지역에서 새겨진 고대 산스크리트어 명문에 남아있는 기록이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인도 지역은 계절에 따라 동서풍이 부는 계절풍을 타고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도 이러한 교류를 통해 옮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429년과 427~426년의 겨울에 각각 한 차례씩 모두 2차례에 걸쳐 발생했던 아테네 역병도 고대세계를 황폐화시켰다. 당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이던 고대 그리스에 역병이 돌아 중심지인 아테네는 물론 무역을 따라 지중해 건너편의 이집트와 리비아, 그리고 이집트와 교류하던 아프리카 내륙 고원지대의 에티오피아까지 퍼졌다.

“역사는 영원히 반복 된다”는 말을 남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저서 ‘페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전쟁과 함께 이 역병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당시 아테네에선 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명이 역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도자인 페리클레스가 사망해 아테네는 다 이겨놓은 전쟁을 원점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테네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황폐화됐다. 그리스 특유의 토론과 대화가 아닌 엄격한 법과 권위에 의한 주민통제가 강화됐다. 시민이 아닌 외부 출신자에 대한 단속도 심해졌다.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인의 변화와 닮은 점이 많다. 전염병이 역사를 바꾼 경우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백신은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가장 유용한 ‘과학적 무기’다. 과학적 지식이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와 함께 이번에 우리가 싸우고 있는 코로나19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인간의 면역성을 키워준다. 백신은 이미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백신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주사해 임상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조심스럽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70건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건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동물실험이나 시험관 시험 등 임상 전 시험단계다. 인류와 코로나19의 전쟁이 바야흐로 막이 올랐다. 그 한복판에 면역성이 있고, 이를 획득하는 수단은 과학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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