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신발과 표현의 자유
[천왕봉]신발과 표현의 자유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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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6개월 전 멕시코에서 빨간 신발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성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였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3750명이 희생되었다. 항의하는 의미로 주인 잃은 신발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신발은 저항을 뜻했고, 빨간색은 희생자들이 흘린 피를 상징했다.

▶국회 개원 연설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는 일이 얼마 전 있었다. “도덕을 내팽개친 뻔뻔한 좌파를 향해 던졌다”는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돼 공무집행방해 및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으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통 크게 선처하지 못한 청와대와 경찰이 모양새가 좀 우습게 되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기를 든 집주인들도 ‘신발 던지기’ 시위에 나섰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에서 500여명의 시민이 “집주인도 국민이다”며 신발 던지기 포퍼먼스를 벌였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부동산 규제에 반기를 들고 저항 하는 의미로 신발을 동원한 것이다. 신발 던지기가 유행할 조짐이다.

▶민주사회에서 조롱과 풍자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누려야 옳다. 힘 없는 사람들이 권력에 저항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꾸준히 사용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공적 이성으로 통제하는 게 낫고, 법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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