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경남 미래교육의 새로운 도전
‘대안학교’, 경남 미래교육의 새로운 도전
  • 임명진
  • 승인 2020.08.04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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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1년 아닌, 미래 향한 첫 걸음
<목차>
1. 경남 대안학교, 어디까지 왔나
2. 창원자유학교-‘전환기 대안교육’
3. 금곡무지개고교, 남해보물섬고교-‘민간위탁형 대안학교’

 


<2>창원자유학교
창원자유학교는 정식학교가 아닌 전환기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이다. 대안교육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교육과정으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성장의 전환기, 즉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사춘기를 맞은 고교 1학년 학생들에게 입시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1년 동안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성찰하며 성장을 돕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공립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들이 창원예술학교에 발령을 받아 창원자유학교에서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박세권 경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중학교 저학년에서 시행되는 자유학년제의 취지를 살려 도교육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여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전환기 대안교육은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이 모델이다. 애프터스쿨은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음악과 체육 등 특정 영역에 능력을 보이는 학생 등이 주로 선택한다.

덴마크 학생 중 약 30%가 애프터스쿨을 이용한다. 이를 국내에 도입한 것이 바로 자유학기제다.

국내에서는 중학교 저학년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환기 대안교육의 취지를 완전히 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모델로 전국에서 서울의 오디세이학교와 창원자유학교, 2곳에서 전환기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누가 입학하나?…교과서가 없는 수업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면 누구나 입학 할 수 있다. 3월 신학기와 함께 학교의 교육과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 11~12월 사이에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입학 홍보를 하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학생을 선발한다.

학업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임할 것인지가 거의 유일한 선발 기준이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비롯한 서류 심사가 꽤 까다롭고 면접도 학생, 학부모 각각 1인 당 30여 분 정도로 밀도 있게 진행된다.

수업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학교 안에서도 하고 학교 밖에서도 한다. 수업 시간엔 교과서가 없다. 교과서의 빈자리를 고민으로 채운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으로 꼽는다. 학생들은 1년간 일반교과와 함께 심리학, 철학, 환경, 경제, 인문학 등 다양한 교과와 프로젝트 활동을 수료한 뒤 원래 학교로 돌아가 2학년으로 진급한다.

 

 

◇사계절 여행으로 보는 창원자유학교의 1년

1년간의 교육과정 운영은 창원자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매년 다르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학생들과 교사는 여행을 떠난다.



△봄 여행의 콘셉트는 ‘정글의 법칙’이다. 걷기 위주로 함께 고생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름 여행은 ‘나는 자연인이다’. 말 그대로 농촌봉사활동이다.

△2학기의 시작인 가을 여행의 콘셉트는 ‘삼시 세끼’다. 도시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간다.

△겨울 여행은 ‘알쓸신잡’이다. 학생들이 주로 기획해서 가는 여행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음악, 미술, 체육 등의 모든 교과를 다 만난다. 여행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특징이다.

각자가 만난 세상을 서로 머리와 마음으로 함께 나눈다. 말 그대로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성적 대신 성장을 추구하는 경남 미래교육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봤을 때 고등학교 1학년 시기가 현재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아울러 혼란도 커지는 시기”라면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준수하면서도 최대한 학생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기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녀보니…

창원자유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용기가 필요한 선택을 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다.



◆오정린-“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돼”

 

오정린(17)학생은 학생들이 기획하고 꾸려가는 프로젝트 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과정으로 꼽았다. 다방면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의 삶을 여유 있게 되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어요. 학교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를 느끼게 되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이성민-“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이성민(17)학생은 친구 사귀는 일이 서툴렀기에 실수도 많이 하고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그런 성민군에게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금방 친숙해졌다.

곁에서 걱정해 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이전에는 간혹 우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기 와서 많은 게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선 늘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정말 많이 갖게 돼요. 제가 겪고 있는 이 놀라운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조상민-“최선을 다하는 과정 존중”

 

조상민(17)학생은 입학 후 처음으로 떠난 학교 여행을 잊지 못한다. 내성발톱이 있는데도 친구들과 함께 등산에 나섰다.

“정말 힘들었어요. 끝까지 올라가진 못했는데 최선을 다했고 모두가 최선을 다한 제 모습을 인정해 줘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환경에 공부에도 재미가 붙었다.

“힘든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의 응원과 격려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런 경험과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허나라-“입학은 탁월한 선택”

 

“학생들과 교사 서로 챙겨주는 학교생활이 행복해요”

허나라(17)학생은 “팀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를 처음 할 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모든 수업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장래희망을 물어보지 않아요. 늘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해 줘요.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 같아요”



◆배병철-“변해가는 모습 인상”

 

배병철(17)학생은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내성적이었던 친구들이 어느새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등 점점 바뀌어 가는 모습도 인상 깊게 남았다.

그런 분위기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 된다고 했다. “개성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저에게는 맞는 것 같아요. 자신을 바꾸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이런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학창시절의 특별한 1년 누려보세요"

 

진영욱 교사

창원자유학교는 교장이 따로 없다. 대신 운영부장을 맡고 있는 진영욱(51) 교사는 창원자유학교를 준비하는 TF팀에서 1년,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3년을 합치면 올해로 4년째 근무하고 있다.

진 교사는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등지에서는 1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제도적으로 주어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부 학생이라도 1년의 전환기 교육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자유학교의 정원은 20명이지만 설립한 2018년 1기 16명, 2기 11명, 올해 3기는 10명이 입학하며 아직 입학 정원을 한 번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진 교사는 “특별한 1년을 보낸다는 점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실제로 운영을 해보니 1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게 정말 눈에 띌 정도다. 공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런 학교가 앞으로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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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밍 2023-10-17 13:22:22
우자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ㅎ 겁나 잘생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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