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찍기
가족사진 찍기
  • 경남일보
  • 승인 2020.08.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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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륜/변호사
 
 

 

몇 년 전 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3대가 모여 총 15명이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막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과 지방으로 흩어져 있는 가족들은 직장 사정 등으로 시간을 잡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날짜를 맞추어 놓았는데, 며칠 앞두고 딸 아이가 독감 증세를 보였다. 어린 조카들에게 전염될까 부랴부랴 연기한 후 겨울이 끝날 때쯤 간신히 모여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찍은 이 가족사진은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특히나 셋째 동생 가족들이 얼마 후 독일로 파견근무를 떠났기에 어머니에게는 가족사진이 더 큰 위안이 되는 듯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아들 녀석이 사회 시험지를 들고 와서 변호사인 아빠에게 따져 묻는다. ‘가족사진’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관련된 국민의 기본권이 무엇인지를 적어보라는 문제인데 나더러 맞추어 보라는 것이다. (글쎄, 아빠도 헌법 강의에서 이런 건 배운 적이 없는데, 행복추구권인가?) 자기 생각으로는 ‘자유권’이 답이란다. 지갑 속에 있는 3대가 모인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결혼을 할 것인지,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 몇 명을 낳을 것인지 등을 개인이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 가족과 관련된 기본권은 자유권이라는 논리를 편다. 헉~아들 녀석에게 지난번 가족사진을 찍은 기억은 이렇게 남아 있나 보다.

시험지 속의 아이를 안고 돌보는 부모의 사진에 담긴 기본권은(교과서적인 정답)은 ‘양성평등권’이다.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아들 녀석의 자유권 주장은 억지이기는 했지만,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가족’을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보는 듯해서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개념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30년쯤 지나 내가 어머니 나이가 되면 더 이상 가족사진이라는 걸 찍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들 녀석이 한국에서 살고 있을지, 결혼은 했을지, 며느리가 함께 있을지, 손주를 낳았을지 조차 쉽사리 예상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래도 꼭 시간을 내어서 예전처럼 가족사진을 꼭 찍자고 해야겠다. 가족사진을 찍는 그 자체로 30년 전 그 날이 기억 날테니…, 그리고 아들에게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 노래 중에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꽃 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나를 꽃피우기 위해/거름이 되어 버렸던/그을린 그 시간들을’이라는 구절을 들려주면서 생색도 내어야겠다(아빠가 예전에 가족사진을 찍어둔 이유는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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