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꺼리-Ⅰ
때꺼리-Ⅰ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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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산청군청 기획조정실 공보계 주무관
 
 

 

‘끼닛거리’ 혹은 ‘끼니로 먹을 거리’


초록창에 검색을 해 보니 짤막한 설명이 나온다. 예문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나오는 대사 한 줄이다.

들으면 누구나 ‘아 그런 뜻이겠구나’ 하고 그 의미를 떠올리는 단어지만 사실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직업군은 기자들이 아닐까.

기자들끼리 만나면 첫 마디가 “오늘 때꺼리 뭐 있냐” 헤어질 때 건네는 마지막 말은 “내일 때꺼리 뭐할 거냐”니까.

처음 수습기자가 됐을 당시 일명 ‘사시마와리(수습기자 돌리기의 일본식 표현. 이런 말 쓰면 안된다.)’를 했다. ‘때꺼리’를 찾기 위해, 제대로 된 기사를 쓰기 위해 꽤 치열하게 연습하고 배워야 했다.

이걸 6개월. 여기에 더해 사건 담당 막내를 1년을 더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침밥도 경찰서에서 먹었다. 내 얼굴을 알리고, 그들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보통 수습은 3~6개월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취재방법, 기사 쓰기의 기본을 몸에 익히려면 적어도 1년 6개월은 걸린다. 그걸 배우는 시간이었다.

원래는 경찰서, 소방서, 병원, 법원·검찰청까지 세트로 돌아야 했지만 일단 경찰서만. 나머지는 선배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익혀갔다.

오전 5시30분까지 경찰서로 출근, 정보과 사무실에 올라가서 그날그날의 일일상황보고서(짧게 ‘일보’. 챙기러 오는 기자를 위해 프린트를 해두는 경우가 많다)를 들고 내려와 재빨리 형사계에 들러야 한다.

일보에는 해당 지역과 경남도내 크고 작은 행사, 집회, 주요 인사 동정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전날 밤, 새벽에 발생한 실종 신고나 변사체 발견 건이 아주 간략하게 기술돼 있는데 여기서 뭔가 눈에 띄는 건이 있다면 확인해야 한다.

아무튼 형사계에 들러야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얼른 내려가야한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6시가 넘어가면 다른 팀과 교대 준비를 하느라 업무를 거의 마무리 하기 때문에 늦으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다. 있어도 밤샘 업무에 피곤하고 귀찮기 때문에 아무도 상대를 안해준다.

(사실 형사님들은 처음 보면 좀 무섭다. 여린 새내기 기자에겐 벅찬 상대다. 어느 순간 이 형사님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보고 가끔 웃어주기 시작할 때 느낀다. ‘아, 내가 이제 신병 티를 좀 벗었구나’)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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