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과 ‘천국으로의 이사’
중년과 ‘천국으로의 이사’
  • 경남일보
  • 승인 2020.08.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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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교수)
장마가 끝나면서 온 나라가 폭염으로 이글거리고 있다. 거기에다 부동산 문제, 검찰개혁 문제, 과거사 문제 등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어, 숨이 턱턱 막히는 하루하루이다. 이렇게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정권이 가진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권력을 가진 정권의 질주가 가능하리라는 판단과 그것에 대항해보려는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 때문에 서로에게 불을 지피고, 사회는 용광로 속에서 들끓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 마음을 차분하게 식히는 참신한 글귀가 들어온다. “천국으로의 이사!” 아! 이건 뭘까? 천국으로 이사를 가려면 죽음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신문기사에 ‘유품정리인’을 다른 말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중년이 되면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성찰을 하게 된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또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도 다잡아 보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게 된다. 이는 중년이 되면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즉 중년이 되면 죽음을 좀 더 가깝게 여기게 된다. 중년에는 친구 숫자도 줄어드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병이든, 사고든, 우리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죽게 되고 그러면 ‘유품 정리인’에 의해 ‘천국으로의 이사’에 동참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이 생겨나게 된 것은 일본 최초의 유품 정리 회사 ‘키퍼스’를 2006년에 소개한 김석중 대표에 의해서이고, 그는 2006년부터 15년째,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충격 또는 슬픔으로 가족들이 정신을 놓기 일쑤이다. 이런 상태에서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정리한다는 생각을 거의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품 정리인’들은 돌아가신 분 뿐만 아니라 살아계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돌아가신 분의 유품들을 정리해두면 나중에 크게 고마워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몇 년 전부터 대학이나 여러 세미나들에서 학생들에게 ‘유서’를 써보게 하는 과제를 하고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갑자기 숙연해져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며, 좀 더 보람 있게 사는 삶을 계획해 보게 된다. 이참에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각 정당들 구성원들에게 모두 ‘유서’를 써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 곧 죽게 된다면, 각자는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는 어떻게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등, 진심어린 각오 같은 것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쓸데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정책이나 소모 논쟁 중심의 기 싸움 대신 보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에 대해 더 심혈을 기울인 안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만약 오늘 우리가 ‘천국으로 이사’를 한다면, 내 모든 물건이 유품(遺品)이 된다면,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 부부 중에는 남은 한쪽 배우자가, 가족 중에서는 남은 가족구성원 대표가 유품을 정리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지금 현재 싸우면서 낭비하고 있는 시간들 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또한 ‘나는 과연 천국으로 이사할 수 있을까?’, ‘나는 좀 더 남을 위한 선행을 베풀어야 천국으로 이사 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들을 하게 되고 나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생각하고 봉사하는 삶에 대한 생각이 성숙해 갈 것 같다. 결국 중년이 되어 ‘천국으로의 이사’를 생각하는 연령이 되면,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정치판 내의 중년들에게도 이 생각을 권하고 싶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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