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냇물에 철조망
[강재남의 포엠산책] 냇물에 철조망
  • 경남일보
  • 승인 2020.08.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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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에 철조망/최정례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이다

어제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바람이 불었는데
한 가지에 나뭇잎, 잎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다른 춤을 추고 있다

저 너머 하늘에
재난 속에서 허덕이다가 조용히 정신을 차린 것 같은 모습으로
구름도 흘러가고 있다

공중에서 무슨 형이상학적 추수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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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순하게 한곳으로만 흐르는 것일까 진정.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사랑의 범위가 어떤 것이든 어떤 형태든 사랑은 스스로의 사슬에 갇히기를 원한다. 또한 가두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순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가령 한 가지의 나뭇잎이 다른 곳을 보며 다른 춤을 추는 것을 발견했을 때 사랑은 재난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은 유순하게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범람하는 파도이기 십상이고 유유자적 뭉글거리는 구름이 아니라 구름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사랑이 때로 재난이란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본 사랑이 아닐까. 적당한 허울을 쓰고 철조망에 걸린 사랑의 풍경, 가시로 뒤덮인 저 아름다운 형이상학적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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