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 자치경찰제 재검토해야”
"졸속 추진 자치경찰제 재검토해야”
  • 백지영
  • 승인 2020.09.02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경찰 직장협 회장단 기자회견
"범죄 대응 골든타임 놓쳐
국민피해로 이어질 것" 규탄

지난달 법안 발의된 ‘한 지붕 세 가족’ 자치경찰제 일원화 안을 두고 경남 일선 경찰들이 “자치경찰 졸속 추진은 국민의 치안 위기로 이어진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산하 24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이하 직장협) 회장단은 2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형적인 일원화 모델이 시행되면 일선 경찰들이 단순 민원 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돼 범죄 대응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는 등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계획하고 최근까지 검토된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이 지난 7월 30일 갑자기 당·정·청 협의라며 일원화 모델로 변경됐고, 8월 4일에는 김영배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경찰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현장 경찰관이나 국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원화 모델로 변경하고 시행하려는 것은 절차적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전국적으로 이번 경찰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경남은 경찰의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만큼 관련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찰 간부, 일선 경찰을 막론하고 반발했던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달리 이번 자치경찰제 일원화 문제를 두고는 고위급 간부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까닭에 남아있는 일선 경찰들이 직장협을 통해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나 경찰간부 후보생 등 소위 경찰 ‘기득권’들이 소극적인 이유로는 당·정·청 협의로 정해진 내용인 만큼 반발 시 행정과 대립하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 업무에 투입되는 일이 적은 탓에 일원화 모델로 야기되는 불편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직장협이 지난달 15일부터 경남 경찰을 대상으로 받기 시작한 ‘김영배 의원 발의 경찰법 전부개정안 반대 서명’에 참여한 사람 중 총경 이상 고위직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까지 반대 서명에 참여한 경남 경찰은 80% 안팎으로 추정된다. 직장협은 경위 이하 경찰은 대부분, 경정은 일부만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협은 다음 주 중으로 반대 서명부를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의 사무실로 발송할 계획이다.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경남 중부권인 창원에서 지난달 13일 첫 기자회견, 이날 서부권인 진주에서 2번째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동부권인 양산에서도 기자회견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자치경찰제 일원화 모델은 경찰을 국가경찰(국가직), 자치경찰(지방직)로 이원화해서 분리하는 대신 신분은 국가직 그대로 두되 지휘 감독기관을 경찰청장(국가경찰사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자치경찰사무), 국수본부장(수사사무) 등 3군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이 본연의 치안 업무 외에도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야간·공휴일에 경찰이 협조 차원에서 수행해왔던 노숙인·주취자 등 보호, 재해·재난 대비, 지자체 관리 공공청사 경비 등 업무를 추가로 떠안게 되지만, 인력이나 예산 지원은 따라오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업무 가중이 예상되는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종하 진주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포기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부족과 업무 혼선 문제라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일원화 모델 역시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이 업무 인계를 3곳 중 어디로 해야 하나 혼란이 생길 것이다. 지자체와도 ‘주민 친화 업무’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환 경남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연합회장은 “기존에는 112로 관련 신고가 접수돼도 지자체 소관이었던 만큼 주간에는 바로 지자체 담당자에게 연계하고, 야간·공휴일에는 120기동대 인력이 부족할 때만 지원해주는 정도였다”며 “법 개정으로 이 업무들이 경찰의 몫으로 명시되면 일선 경찰들이 112 신고 45%에 달하는 '주민 친화 업무' 현장마다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법안을 전면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지영기자

 

2일 진주시청에서 경남지방경찰청 산하 24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 회장단이 “자치경찰 졸속 추진은 국민의 치안위기로 이어진다”며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