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언택트의 끝
[천왕봉]언택트의 끝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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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언택트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최근에는 ‘언택트 한가위’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사려깊은 부모들은 일지감치 자녀들의 귀향을 말리고 화상차례를 준비하고 있다. 귀향을 못하는 자녀들에게 ‘용돈이나 많이 보내거라’며 일찌감치 면죄부(?)를 날린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다. 언택트 한가위를 택한 것이다.

▶코로나19는 가을철 풍요를 즐길 여유를 빼앗아 갔다. 이맘 때면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져 나라 전체가 호황을 누린다. 우리 고장의 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약초축제와 산삼축제, 전어축제를 비롯한 각 지역의 특산물을 매개로 한 축제들이 모두 언택트에 갇혀 버렸다.

▶맛이 들대로 든 전어는 구이로, 회로, 무침으로, 찜으로 누구나 즐기는 명품 먹거리이다. 부둣가 난전에 둘러앉아 냄새를 풍기는 전어잔치는 그야말로 이 계절 서민들의 낭만이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 천지를 얻은 듯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일상의 쉼을 코로나가 앗아가 버렸다. 못내 그리운 사람들은 우체국택배로 전어 맛을 즐기며 아쉬워 한다. 만나고 즐기는 일상의 즐거움은 간데 없고 멋과 풍류, 나누는 즐거움의 실종을 지금 우리는 인내하고 있다. 언택트라는 불문율에 갇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언택트는 언젠가는 해제될 것이다. 다만 사람다움을 위해 기다릴 뿐이다. 올 추석은 이래저래 언택트가 지배하는 초유의 명절이 될 것 같다. 언택트의 끝은 어디인가.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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