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여가부의 성교육 책 ‘나다움’ 유감
[교육칼럼]여가부의 성교육 책 ‘나다움’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20.09.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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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여성가족부가 성별 고정 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다움’이라는 성교육 책을 초등학교에 배포하였는데 그 내용의 선정성과 부적절함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급기야 책을 회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은 책을 회수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언론에 의하면 ‘나다움’은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청소년이 보기에도 부적절하다고 한다. 성별 고정 관념과 편견을 깨뜨리고자 출판한 책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은 성관계를 장려하듯 하거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 이 사업과 연계된 차별금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남자다움’, ‘여자다움’의 성 정체성 강요는 궁극적으로 성차별로 이어진다는 전제에서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겠다는 여가부의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것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교육적 논의가 충분하였는가를 묻고 싶다. 그러잖아도 우리 아이들은 선정적인 성 문화에 노출되고 있다. 불량 서적,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하여 성적 호기심을 넘어 성 충동을 심하게 느끼고 있으며 성추행이나 성폭력 사건 사고가 교육현장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내에서 아이들이 이성 교제를 하고 심지어 임신했다고 하여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논란의 여진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믿기지 않는 것이 작금의 교육현장이다. 이러한 교육현장에 여가부가 새로운 불씨를 던진 격이다.

이 책을 출판한 관계자들은 성별 고정 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업 목적에 충실하다 보니 선정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성차별이라는 문제의식에 젖어 있다 보니 선정성에 둔감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빠와 엄마의 성기’를 그림으로 제시하고는 글로 옮기기도 민망할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가부가 성교육문화사업을 한다면 교육부와 관련된 것은 교육부에 협조를 구하는 방안이 옳다. 교육현장은 성평등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성교육도 실시하고 있는데 여가부의 입장에서 그 내용이 미흡하거나 새로운 교육 방안이 있으면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정부 직제의 기본이라고 믿는다. 그런데도 여가부가 독자적으로 성교육 책을 출판한 것은 실적주의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실적주의는 자칫 본말이 전도되거나 엉뚱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정부는 남녀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시행하였는데 교육부는 ‘여학생의 수학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는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여학생은 수학을 못한다는 근거는 무엇이며, 설령 그러한 문제의식이 있으면 학문적 연구부터 해야 할 것 아닌가? 여학생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정이라도 운영하라는 것이냐?’는 등 질타를 받고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나다움’ 책도 실적주의에 쫓기듯 벌인 사업은 아닐까?

관료들은 실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본질에 벗어난 실적주의는 노력의 낭비일 뿐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실적주의는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가부의 실적주의가 궁극적으로는 학교 현장의 가뜩이나 힘든 성교육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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