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은퇴 후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은퇴 후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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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온몸으로 치러 낸 숱한 전투들

젊음과 맞바꾼 자랑스러운 상처


전리품 같은 마른 시간을

움켜쥘 힘이 있는 한

날개 접지 않으리

-김종순(시인)



사람에게 각자 지문이 있듯이 잠자리 날개에도 각기 다른 패턴의 무늬가 있다. 그 표면에는 거친 버팀목 형태의 조직이 있으며 공기의 소용돌이(와류)를 이용하는 잠자리의 비행술은 항공과학자들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테마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1분에 수백 마리의 모기를 포획 가능한 걸 보면 찢긴 날개의 상처는 한 생이 맞닥뜨린 전쟁과도 같은 삶의 현장이었음을 입증한다. 이에 마른 시간만이 그의 전리품이었다는 사실과, 살아 있는 동안 날개를 접을 수 없는 이유를 우리는 잘 안다. 은퇴 후, 텅 비어있는 통장을 들여다보면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남은 수명을 대략 헤아려 보는 저이에게 허공마저도 캄캄절벽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이 땅의 가장들에게 자랑스러운 훈장 하나씩 드리고 싶어지는 가을 들녘이 왜 이렇게 허허롭기만 한지.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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