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막기 위한 변화
변화를 막기 위한 변화
  • 경남일보
  • 승인 2020.09.29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하영 (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기후위기’ 혹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에 관련된 것들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젠 이런 단어를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만 같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의 피해가 아무리 보도되어도, 우리는 그 순간 “어머 어떡해”하며 안타까워할 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금세 관심을 끄고 외면해 버린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 또한 오랫동안 기후 변화를 부정해왔다. 길어지는 장마, 때아닌 태풍에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내가 관심을 둔다고 하여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까지 신경 쓰기엔 나 사는 게 너무 바쁘다며 위기를 외면하는 것을 합리화했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뉴스, 신문 보도를 보고도 모른 척했다. 지금 오늘의 이 순간을 당연시 여겼다. 나는 이렇게 기후 변화를 부정해온 것이다.

최근에 한 친구를 만났다. 고독감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모든 일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친구였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아무리 목소리를 내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미래를 잃은 듯한 상실감과 슬픔에, 계속해서 고립되고 고독해지면서 우울감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얼굴이 붉어졌다. 나의 친구가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말들을, 날씨가 보여주는 기후의 위기들을 나는 이제껏 외면해 온 것이다. 기후 변화를 막는 데에 진심인 이들은 정말 크게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외면당하자 절망하고 좌절했다. 이제껏 우리는 ‘감히’ 이들의 목소리와 노력을 무시해왔지만 더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외침을 더해야만 한다.

흔히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개인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한다지만, 사실 이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변혁해야 하고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 기업과 이를 두둔했던 권력들에 대하여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기업과 정치권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다.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더 크게 낸다면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지구엔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없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우리의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양하영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