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꺼지니 약속 저버린 한전
발등에 불 꺼지니 약속 저버린 한전
  • 양철우
  • 승인 2020.10.13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 투쟁 주민과 2014년 합의
지역발전 차원 인프라 사업 추진 일방 철회
한전 “변전소 외 불가…부지매수 의무 없어”
밀양시 “시민 기만…공기업 책무 저버린 것”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765kV 송전탑 사태 당시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지역발전 차원에서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추진키로 했던 전력인프라 사업을 일방적으로 철회해 공기업 신뢰성 훼손은 물론 주민들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송전탑 주민들의 투쟁으로 얻은 결과물을 한전이 헌신짝처럼 취급해 비난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밀양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무조정실 주재 하에 정부부처간 이뤄진 합의사항을 번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시에 따르면 한전은 밀양 765
kV 송전탑 사태가 최고조에 이를 당시인 2014년 12월 10일 국무조정실 주관 밀양나노산단 조성 관련 대책회의에서 송전탑 민원 해결 방안 중의 하나로 밀양나노산단이 조성되면 모두 10만1702㎡ 부지를 매입해 변전소(4000㎡)와 자재창고(3만3002㎡), 에너지 저장소 또는 열병합발전소(3만1700㎡), 유통센터(3만3000㎡) 등 전력 인프라 구축과 관련시설을 유치하는 계획을 표명했다. 이 대책회의에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국토부 국토정책관·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 등 정부 관계자와 한전 전력계통본부장, LH 산업단지처장, 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 밀양시장 등이 참석했다.

한전은 다음날인 11일에는 ‘나노산단 개발관련 추가 수요전망 알림’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하면서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어 15일에 국무조정실장과 산업부·국토부 차관, LH사장이 참석한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기관 2차 회의에서 최종결정하고 이 계획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일사천리로 계획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765
kV 송전탑 사태가 잇따른 주민들의 분신과 음독 등 극렬한 투쟁으로 격화되며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정부에서조차 해당 부처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직접 밀양을 찾는 등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한전의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전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절박한 상황인 셈이었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해 12월 17일 LH측에 “변전소 부지 외 다른 시설은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며 매수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한전은 지난 8월 3일 LH측과 벌인 실무자 회의에서 매수 불가 이유에 대해 “2014년 제시 사업은 심층적인 검토 없이 결정됐고, 여건변화로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며 적절한 대안이 없다”면서 “열병합발전소는 당초에도 한전 추진 가능 사업이 아니며, 내부 법률검토 결과 한전의 해당 부지 매수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몇 차례 취재 확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동과 회의록 부재 등의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밀양시 나노국가산단 산업용지 82만2767㎥ 중 약 12%에 해당하는 한전 매입 부지가 개발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이에 시는 “한전의 이번 결정은 밀양시민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공기업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시의회의 대정부결의문 채택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양철우기자 myang@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