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정원
별의 정원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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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란 (수필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면 숲이 우거진 길목에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있다. 이십 대에 이름이 너무 예뻐 수첩에 따라 적었던 기억이 있다. 물푸레나무, 보리수나무,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등등, 아물거린다.

근래에 인문학 수업 가을 나들이에서 ‘별의 정원’ 대평 추모공원이라는 예쁜 이름을 만났다. 정겹고 아름다운 추모공원이었다. 흔히 납골당이라면 숙연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곳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문화예술을 직접 감상할 수는 갤러리 카페로 꾸며져 있다. 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봉사 정신으로 서비스 정신이 함께 하는.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 본관 1층 로비에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림 전시관에는 작품 속 해바라기가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반긴다. 잠시 유가족이라는 슬픔과 어두운 마음도 잊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치유가 되는 아늑한 공간은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영혼과 정답게 포옹할 수 있으리라.

고대 안암 병원에서 삼 개월 동안 있을 때다. 남편이 대수술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서른세 번의 방사선 치료는 매회 암울한 기분을 들게 했다.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가슴이 서늘하게 오그라들곤 했다.

그해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가을의 들머리에서 나왔다. 다행히 환자가 굳건하게 잘 버텨주어 무사히 넘겼다. 그 무렵 병원 본관 로비에서 빵 굽는 구수한 냄새와 쌉쌀한 커피 향기가 상기되어 온다. 밝고 따듯한 분위기는 시름을 잊고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기에 일부러 일 층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스물아홉에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오라버니는 무덤이 없다. 당신의 뼛가루는 외진 화장터의 숲속 소나무 밑에 뿌려졌다. 어머니는 운명하는 날까지 한 줌 흙이라도 떠와서 오라버니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사십여 년 세월과 함께 산세가 변하듯 오라버니의 흔적도 희미하다. 기일만이 매년 달력에 동그라미로 그려진다.

음력 시월이면 오라버니 제사가 돌아온다. 풀숲에 있는 선산은 벌 초 때 아니면 일 년에 한 번 찾아가기도 버겁다. 점점 장례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간이 함께 하는, 가족들이 밝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했으면 한다. 오라버니의 흔적을 찾아서 안식처가 되는 곳으로 모셔오면 어떨까, 선산에 계신 어머니가 기뻐하실까. ‘별의 정원’을 마주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허정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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