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식물도 해 끼친 사람 알아본다
‘말 못하는' 식물도 해 끼친 사람 알아본다
  • 김영훈
  • 승인 2020.10.1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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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인간·식물 교감 확인
잎 찢은 사람 입김 내뱉으면
화학언어 물질로 위험 알려
최근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반려식물도 사람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1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식물이 인간 행동에 대해 기체 화학물질을 통해 반응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인간과 식물의 교감 가능성을 확인했다.

농진청은 식물이 인간 행동에 실제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먼저 종자를 퍼트리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식물(우슬, 도깨비바늘)과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식물(갯기름나물, 우산나물)을 대상으로 사람이 식물에 가까이 접근해 입김을 내뱉었을 때 화학언어(chemical word) 물질이 얼마나 발생하는 지를 측정했다.

화학언어는 식물이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 위협에 처한 정보를 다른 식물과 화학물질로 주고받는데 이때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인 화학물질은 ‘메틸자스몬네이트(MeJA: methyljasmonate)’이다.

실험 결과 ‘우슬’과 ‘도깨비바늘’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0.04ppb(피피비)씩 배출했지만 ‘갯기름나물(0.35ppb)’과 ‘우산나물(0.36ppb)’은 이보다 약 9배 많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어린 식물을 20분간 짓이겨 죽인 사람의 입김을 받아 죽은 식물의 동료 식물이 있는 유리 공간(챔버)에 넣은 뒤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 변화량과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 사람의 입김을 처리했을 때보다 식물에 해를 끼친 사람에게서 받은 입김을 처리했을 때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메틸자스몬네이트)이 23%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대상 식물 가운데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갯기름나물과 토종 상추는 화학언어 물질 배출량이 26.6%, 20.0%씩 증가해 화학언어를 통해 말을 잘하는 식물로 확인됐다.

농진청은 “반려식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이나 괴롭힘에 대해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기존에 해외에서 식물과 곤충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적은 있지만, 식물과 인간의 사이의 화학반응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막연하게만 여겨온 인간과 식물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7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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