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충무부대 용사들의 귀환
[기고]충무부대 용사들의 귀환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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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경남도의원)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이제 사 돌아왔네~’ 필자의 어린 시절에 유행했던 가요다.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베트남전 참전용사의 귀환을 주제로 치열한 전투를 치른 군인이라는 딱딱한 느낌보다 우리 동네 형님, 오빠와 같이 친근한 이미지로 용사를 묘사했다. 더욱이 이 노래는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고 불리던 당대 톱 여가수인 김추자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다.

최근 필자는 이 가요의 노랫말과 같이 친근하면서도 믿음직한 용사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 현장을 복구하는데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했었던 충무부대(육군 제39보병사단) 용사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올해는 유난히도 힘든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연 초부터 발생한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된 것도 모자라 설상가상으로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까지 한반도를 강타했으니 말이다.

특히 섬진강과 황강이 범람한 하동과 합천에서의 수해가 극심했다. 필자가 속한 도의회에서 의원들과 직원들이 자원봉사단을 꾸려 수해현장에 갔더니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뒤집혀진 지붕과 무너진 담벼락 등 어디서 먼저 시작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더욱이 수해를 당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주민들을 볼 때는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다행히 수해를 복구하고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드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구원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었다. 제 각기 겉모습은 달랐지만 수해현장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은 모두 한 마음이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충무부대 용사들이었다.

이등병부터 사단장까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어느 생명체와 같이 우리 용사들은 수해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복구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뒤엉켜 있는 오염지나 거대한 구조물을 해체하는 곳에서의 용사들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수해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은 다 필요 없어도 군인들만 있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용사들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그것은 군대 하면 떠오르는 수직적인 병영문화와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몇몇 간부장교와 용사들에게 왜 이렇게 군대 문화가 변했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구동성으로 이등병부터 지휘관까지 소통을 중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된 까닭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더해 사단장 자신도 인애덕행(仁愛德行)의 정신으로 용사들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상호존중의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일선 용사들은 이번 수해복구 작업을 통해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의견부터 수해복구 작업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처럼 느껴졌다고 하는 의견까지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며, 한 목소리로 알차고 보람된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자신의 잘못이 있을 때 표범의 털이 바뀌듯 빠르게 고친다’는 뜻이다. 필자는 과거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병영문화가 이렇게 바뀌고 있음을 이번 수해현장의 충무부대 용사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필자가 가지고 있던 군에 대한 고정관념과 젊은 세대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우리 충무부대 용사들이 우리 지역을 지키고 있어서 뿌듯했다. 이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여 각자의 영역에서 동량(棟梁)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영제/경남도의원
 
조영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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