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밥 대신 쌀빵?
[농업이야기]밥 대신 쌀빵?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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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재배된 작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5000년 전부터 우리의 주식으로,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쌀은 영양성분이 골고루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찬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우리의 주식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고단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고 내일을 살게 해주는 근원이 쌀이었다고 여겨진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생명유지, 생활문화 등 삶의 근간이 되어온 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구조와 식문화의 변화에 따라 1인당 쌀 소비량은 70년대 136.4㎏에서 최근 60㎏으로 연평균 2.3% 정도 감소하였다. 그사이 쌀 재고량은 늘어나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쌀 재고량은 89만t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1인 가구와 맞벌이의 증가로 가공용 쌀 소비와 현장에서 요구되는 가공식품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쌀 가공식품 산업은 전통주와 쌀을 가루로 만들어 떡을 제조하는 분야에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빵, 과자, 면 등 에도 쌀을 주원료로 하는 다양한 가공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쌀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밀가루 대비 지방 함량은 낮으며 무엇보다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이 없어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빵집 한쪽에 마련되어 있던 쌀 빵 진열대에서 쌀 전문 베이커리가 생겨나는 등 가히 밥 대신 쌀 빵이라 당당히 주장할 만큼 전성시대가 되는 듯하다.

그러나 쌀 빵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의 과제가 있다. 먼저 쌀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품질의 쌀가루가 공급되어야 한다. 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식빵에 활성글루텐을 일정부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글루텐을 첨가하지 않고도 빵을 제조할 수 있는 품종이나 가공 방법 연구 등이 필요하다. 또한 밀가루 빵과 유사한 물성을 가지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빵이나 카스텔라 등 빵 종류에 따른 쌀가루 가공기술이 필요하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는 쌀 빵 전용 적합 품종을 육성하고 선발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경남도농업기술원에서도 신길, 한가루 등 쌀가루 품종에 따른 입도별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식빵, 카스텔라 등 빵 종류에 따른 가공적성을 연구 중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쌀가루의 품질 개선과 고품질 쌀 빵을 개발한다면 쌀 가공 산업 활성화 및 쌀 소비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밥 대신 쌀 빵으로 그간 이어온 쌀 문화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기정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농산가공담당 이학박사

 
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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