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27)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27)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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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꽃다운 스물 여섯에 빗속에서 진 김희준 시인(1)
김희준 시인(1994-2020)은 정말 꽃다운 나이 스물 여섯에 빗길 교통사고로 숨져 갔다. 2020년 7월 24일 오전 다섯시경 진주시 소재 경상대학교 후문 근처 내동면에서의 일이었다. 그녀는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뿐만 아니라 연재중이던 산문원고(시인동네, 행성표류기)와 그 외 몇 군데서 들어온 시 청탁을 받아 신인으로는 과하다 할 정도의 원고 하중에 몰려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김시인은 문학의 텃밭 통영에서 태어나 3년 전 2017년 ‘시인동네’로 등단하여 한창 불꽃 튀는 시심의 창발적 에너지 안에서 종횡무진 상상과 환상의 수틀을 잡고 있었다. 그 사이 계간 ‘시산맥’에서 제3회 ‘시여 눈을 감아라’ 문학상을 받았고 2020년 한국예술문화위원회 아르코청년예술가 창작 준비지원금을 받았다.

김희준 시인이 특히 진주 통영지역에서 촉망을 받았던 이유는 그가 통영여고를 나와 고교시절 대상, 장원 등 64회 수상 기록으로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 특기생으로 입학을 했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전국 유수한 백일장 대학 일반부(개천예술제 2회 장원, 경북 이조년백일장, 대구 이상화백일장) 등에서 연속 장원을 휩쓸었던 데 그 까닭이 있다. 거기다 김 시인은 통영시 지속발전교육재단(법인 RCE)에서 주는 문학부문 장학금을 수령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학교 마칠 때까지 유효한 특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별칭 ‘통영의 딸’이 된 것이었다. 이런 기록은 경남 전역에서도 초유의 일이었고 지역이나 지역 대학 역사 안에서도 초유의 기록이었다. 이런 기록이 인정이 되어 국립경상대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경상대학보사에서 뽑은 <경상대 70인>에 들기도 했다. 아마도 백일장 기록은 국내에서 안도현 시인이나 60년대의 문정희 시인 기록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경상대학교 국문과 창립 학과장으로서 국문과의 학과 목표로 실력 있는 문인 배출에다 두었는데 이는 몇 가지 지향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경상대학교 주최 전국 고등학교 학생백일장을 여는 한 편 학과에 특기자 전형을 도입했다. 김희준 시인은 필자가 퇴임한 이후 그 특기자로 입학하여 전에 없는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김시인이 빗길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자 전국의 알음 알음 문인들이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통영으로 조문오는가 하면 경상대학의 지도교수나 교수님들,그리고 재학생들이 대거 조문을 하고 갔다. 그러는 사이 시인의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출판사들이 유고시집을 내겠다는 제의가 들어와 그중 ‘문학동네’와 유족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문학동네 시인선 146권으로 ‘김희준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시집은 시인이 유명을 달리한 지 첫 생일인 9월 10일이자 49재날 출간되었고 출간된지 10여일 만에 3쇄를 찍었다. 돌풍이었다.

그 짧게 산 기간에도 시로써 얽힌 인간관계는 시심이 곧 각별한 우정이 되어 서울에서는 문학동네 출판사 중심으로 김희준 추모의 밤이 열렸고 진주에서는 대학 재학생 중심으로 김희준 시 읽기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에는 통영에서 10월 말에 추모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보는 이들은 추모는 나이가 들어서 일가를 이루거나 국가적 성취를 꾸준히 이뤄낸 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 나이에 새순처럼 솟아오르던 젊은이가 뜻하지 않게 요절해버린 그 안타까움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울러 문학의 문제로 돌아와서도 그렇다. 요즘 한국시의 경우 30년 단위에서 10년 단위로 변화의 파고를 실감한다고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느 문예지 발행인의 말마따나 변화하는 감성, 변화하는 상상의 진폭이 1년 단위로 좁혀 들었다는 말을 상기하면 김희준 시인의 문단 3년의 실적은 어쩌면 한 세대의 성과와 가능성을 가름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의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춰 사후 사업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100세 시대로 가는 것처럼 고령화로 가지만 역으로 청년의 시기도 그 시기로서의 가치를 이울러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경상남도의 청년정책네트워크의 2기 발대식 같은 것이 바로 청년 시기의 전문적 성과를 챙겨주는 것도 그 정책네트워크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통영지역에서 김희준 시인의 못다 이룬 시와 꿈을 같은 세대와 후진 세대들이 공유할 수 있는 <올리브 동산 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김경수 지사의 청년정책네트워크 지향에 닿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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