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산행
[경일춘추]산행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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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병수내과원장
 

 

매일 환자 치료에 따른 긴장감, 피로, 그리고 차트 정리로 야근이 잦은 일상을 보내고 늦잠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이다. 하지만 알람이 귀를 때린다. 격무로 지친 몸은 일어나지지를 않고, 무거운 눈꺼풀은 떠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긴장을 풀고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지인들이 제안한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진주 월아산. 과거에는 종종 산행을 가기는 했지만 그때를 추억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무래도 바쁜 일상에 지쳐 과거의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탓일 것이다. 이번에 계획한 산행은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어쩐지 지친 내 마음을 다시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산행 당일 아침 9시, 지인들과의 만나 전한 안부인사는 반복된 일상과 다르게 기분을 조금 들뜨게 하였다. 산 초입에 봉사활동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등산을 응원해주셨고 그런 친절한 인사에 어느덧 마음은 평화로워졌다.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는지 땅은 축축하였지만 비가 다녀간 산의 정취는 무뎌진 오감을 일깨우는 듯했다.

지인들 중 한 명은 등산을 매우 좋아하는데, 월아산으로 자주 놀러오듯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몇 년 만의 산행이 익숙하지 못해 계속 늦춰지는 나와 보폭을 맞춰주며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지인들 대부분이 천천히 오르며 주위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여 나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맨발로 산행하시는 어르신들, 산악동아리로 보이는 젊은이들, 가족들과 같이 온 듯한 어린아이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산새소리, 나뭇잎 밟는 소리, 흙냄새를 싣고 오는 바람같은 것들은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내가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2시간 30분 정도 만에 도착한 월아산 국사봉. 전망대에서 동네를 바라보니 정상에 오기까지 힘들었던 시간들은 싹 잊어버리고 그저 이 경치를 보기 위해 노력한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한 마음만 들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녹색 경치와 같은 것들은 그동안의 피곤함과 무력한 기분들을 순식간에 잠재워주었다.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줄지 않는 격한 업무 강도는 평소의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을까. 이렇듯 여유를 가지고 지인들과 같이 오른 산행길은 지쳐있던 나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비록 전과 같이 일상은 흘러가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어떤 확신이 들게 한 산행이었다.



김병수 (김병수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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