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38]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38]
  • 경남일보
  • 승인 2020.1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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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겨울, 늦겨울, 올겨울, 지난겨울, 한겨울
지난 이레끝(주말)에 비가 오고 난 뒤에 더 쌀쌀해졌지요? 달도 들겨울달(11월)로 바뀌었는데 달이름과 잘 어울리는 날씨라고 하겠습니다. 서리가 내린 곳도 많다고 하고 얼음이 얼었다는 기별도 들었습니다. 오는 이렛날(7일)이 들겨울(입동)이라고 하니 이른 추위도 아니지요. 가을이 자꾸 짧아지고 겨울이 길어지는 느낌은 저만 갖는 게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서 제가 11월을 ‘들겨울달’이라고 했고 ‘입동’을 ‘들겨울’이라고 했는데 이 말과 가장 가까운 토박이말로 ‘첫겨울’이 있습니다. 이 말은 ‘겨울이 막 비롯되는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고 ‘초겨울’과 비슷한말입니다. “늦가을도 지나고 첫겨울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와 같이 쓸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어디에 가거나 어떤 일을 하고 처음으로 맞는 겨울’이라는 뜻도 있으니까 알아두고 쓰시면 되겠습니다. ‘초겨울’이라는 말을 쓸 때가 많은데 ‘첫겨울’이라는 말을 알았으니까 자주 써 보시기 바랍니다.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하니까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을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토박이말도 더 잘 살게 될 겁니다.

이 ‘첫겨울’과 맞서는 말인 ‘늦겨울’은 ‘겨울의 끝 무렵’을 가리키는 말로 ‘늦은 겨울’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올해 겨울’이라는 뜻의 ‘올겨울’이 있고, ‘바로 앞에 지나간 겨울’을 가리키는 ‘지난겨울’도 있습니다. ‘지난겨울’을 ‘지난’ 띄우고 ‘겨울’이라고 쓰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데 ‘지난00’짜임으로 된 말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이 이름씨인 ‘겨울’을 꾸미는 매김말 관형어라서 띄어 써야 할 것 같은데 한 낱말로 여겨 띄우지 않는 말입니다. 이런 짜임으로 된 말로 ‘지난겨울’과 비슷한 ‘지난봄’, ‘지난여름’, ‘지난가을’이 있고 ‘지난날’, ‘지난주’, ‘지난달’, ‘지난해’가 있죠. 그리고 ‘지난번’이라는 말을 자주 쓰실 텐데 이 말과 뜻이 같은 ‘지난적’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은 대중말 표준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이라는 말만 대중말로 삼고 다른 말을 못 쓰도록 할 게 아니라 비슷한말로 쓸 수 있는 ‘지난때’, ‘지난적’, ‘지난참’과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쓰고 싶을 때 골라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우리말글살이를 더욱 넉넉하게 하는 좋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한자말이 들어간 것만 표준말로 삼고 토박이말이 들어간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같은 짜임이고 비슷한 뜻으로 쓸 수 있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가 자꾸 나오고 ‘지난적’, ‘지난때’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달라지지 싶습니다.

‘겨울’하면 ‘한겨울’이라는 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을 생각하면 온 세상이 추위로 꽁꽁 언 듯한 느낌이 든다는 분도 계십니다. ‘한겨울’이 ‘추위가 한창인 겨울’을 가리키는 말이니까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한겨울’은 아시다시피 ‘한+겨울’의 짜임입니다. ‘한’이 ‘한걱정’, ‘한길’, ‘한시름’에서는 ‘크다’는 뜻이고 ‘한겨울’, ‘한여름’, ‘한가운데’, ‘한낮’, ‘한밤’, ‘한복판’ 할 때는 ‘한창인’의 뜻이랍니다. 그리고 이 말은 ‘겨우내내’의 뜻으로도 쓰는데 “얼마 되지 않은 양식으로 한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와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알려드린 ‘겨울’ 토박이말들을 자주 말이나 글로 쓰실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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