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 진주상담실 개소
[우리말쓰기]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 진주상담실 개소
  • 박철홍
  • 승인 2020.1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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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는 잘 지은 이름…‘드림’은 생각할 여지

‘드림’은 ‘드리다’와 ‘꿈’ 두가지 뜻 동시 포함
우리말도, 영어도 되는 단어 사용 고민 필요
경상대 국어문화원 ‘경남행복교권센터’ 제안
공공언어 영역에서 사용하는 말은 조심해야
경남교육청이 지난 5월 26일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 진주상담실’ 문을 열었다. 교원의 교권 보호를 위해서다.

경남교육청은 2019년 3월 첫 번째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를 열었다. 개관 전 교권 관련 상담이 2회였는데 개관 후에는 41회로 늘어났다. 그만큼 교원들이 교권 침해를 예방하고 치유·복귀를 지원하는 기관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경남교육청의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는 2019년 11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선정한 ‘2019년 시·도 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교육부총리 기관 표창을 받았다. 개관 이래 교권 상담을 비롯해 다양한 학교 현장 맞춤형 교권 보호 활동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경남교육청이 지난해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 운영을 분석한 결과, 센터가 창원에 있어서 서부 경남 지역 교원이 찾아가기 어렵다는 고충을 알게됐고 올해 5월 진주상담실을 설치했다.

진주상담실 개소식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교권 보호의 근본 대책인 존중과 배려의 학교 문화를 강조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면 이런 상담실 자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경남교육청은 이같이 중요한 기관의 이름을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라고 붙였다. 기관의 이름 안에는 이 기관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잘 드러나 있다. ‘경남’, ‘행복’, ‘교권’, ‘드림’, ‘센터’라는 말 하나하나에 이 기관의 목적, 대상, 방향 들이 잘 드러난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행복교권’이라는 말은 참신하게 잘 붙인 이름이다. ‘행복교육’이라는 말과 정확하게 연결된다”면서 “‘경남행복교권센터’라고만 해도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명칭을 지을 때 참고하기 위해서다.

첫째 ‘드림’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먼저 ‘드리다’의 명사형이다. ‘경남지역 교원들에게 행복한 교권을 안겨 드림(돌려드림)’으로 읽힌다. 다음으로는 영어 ‘드림(dream)’으로도 읽힌다. 영어 ‘드림’은 ‘꿈, 희망’으로 해석한다. 결국 ‘드림’은 ‘드리다+꿈(또는 희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경남 지역 교원들에게 꿈처럼 행복한 교권을 안겨 드린다’로 해석되는 것이다. 한 단어가 우리말도 되고 영어도 되도록 읽히는 것은 바람직한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중의적 표현이 항상 괜찮은가 하는 문제 제기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우리말과 외국어를 적당히 섞어 써서 두세 가지 뜻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특히 ‘드림’은 여러 곳에 쓰여서 식상한 표현이다”면서 “이런 말이 상업적 광고에 쓰이는 것과 공공 언어에 쓰이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공공언어의 요건 가운데 ‘품격을 갖추었는가’라는 항목에 위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센터’라는 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하도 널리 쓰여서 이제 우리말(외래어)이 되었다. 이전에 ‘동사무소’로 불리던 행정 기관 이름도 ‘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다. 처음 다른 나라에서 어떤 말이 들어오면 외국어로 대접받는다. 사람들이 자주 널리 쓰면 외래어가 된다. 외래어는 국어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간다. 즉 우리말이 된 것이다. 외국어가 외래어로 바뀌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가기관, 공공 기관이라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기관을 나타내는 말에는 ‘원’, ‘소’, ‘실’, ‘관’ 따위가 있다.

경남교육청은 ‘진주상담실’ 개소 관련 보도 자료에서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찾아가는 학교 맞춤형 교권 연수 △교육감과 교원 타운홀미팅 △교원 안전지원시스템 강화(투넘버(Two number) 서비스, ‘교원 SOS벨’, 전화 폭언 예방 ARS) △교권보호 신속지원팀 운영 △교원 배상책임보험 확대 △교권피해교원 법적 지원 강화 △교권침해 피해 교원 장기연수 등 ‘교권보호 7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명시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쓴 ‘타운홀미팅’, ‘투넘버 서비스’, ‘SOS벨’, ‘ARS’, ‘프로젝트’ 등은 각각 ‘주민 회의’, ‘두 가지 번호 서비스’, ‘긴급벨’, ‘자동 응답 장치’, ‘계획/기획/사업’으로 순화해 쓸 수 있다.

‘타운홀미팅’은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보이는 용어다. ‘정책 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가 지역 주민을 초청하여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공개 회의’라는 뜻이다. 앞에서는 ‘주민회의’라고 순화했는데, 실은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 등의 형식을 빌린 공개 회의여서 ‘공개 회의’라는 말을 써도 된다.

어떤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 어떤 기관에서 사용하는 보도자료 등 공공 언어는 그 기관이 얼마나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지를 드러낸다. 일상생활에서 여러 사람이 쓰는 말이라고 해서 공공 언어 영역에까지 아무렇게나 가져다 써서는 안 된다. 외래어라고 하더라도 순우리말이 있거나 더 쉬운 말이 있으면 찾아 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 기관, 국가 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의 보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남의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는 총 185건으로, 폭언·욕설 등으로 인한 모욕과 명예훼손이 91건(49%)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라고 밝히고 있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쓰는 등 공공언어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은 언어 폭력을 예방하는 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교권 보호의 근본 대책인 존중과 배려의 학교 문화’조성에 우리말 우리글이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박철홍기자·도움말=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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