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40]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40]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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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구름방울 물방울 눈방울 솔방울 구슬방울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날씨도 날씨지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몸도 마음도 더 움츠러드는 요즘입니다. 더 퍼지지 않도록 모두가 힘과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이레마다 빠지지 않고 하던 토박이말 동아리도 못 하게 되어 안타까운데 지난 모임 때 아이뜰(유치원) 배움이들이 ‘솔방울 제기차기’ 놀이를 한다는 것을 보고 ‘방울’이 들어간 말을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방울’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방울’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실까요? 저는 ‘방울’하면 ‘빗방울’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제 스승님 또이름이 ‘빗방울’이었거든요.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구름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빗방울은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모여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흐르다 마침내 넓은 바다로 가서 만나게 되는데 이 ‘빗방울’처럼 사시겠다는 뜻을 담은 또이름었는데 말 그대로 빗방울처럼 사시다가 좋은 곳으로 가셔서 쉬고 계십니다.

이 ‘빗방울’과 가까운 말로 ‘구름방울’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말 그대로 구름을 만드는 작은 물방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물방울들이 모여 커지면 비가 되어 떨어지면서 ‘빗방울’이 되는 거죠. 그리고 ‘물방울’은 다들 잘 아시는 말이니까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눈방울이 초롱초롱하다’처럼 ‘눈방울’이라는 말을 자주 쓰실 텐데 이 말은 ‘정기가 있고 총명해 보이는 눈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집 사전에는 ‘눈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더라구요. 이런 풀이가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좁히는 것이기 때문에 좀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으로 앞서 글머리에 나온 ‘솔방울’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솔방울’은 ‘소나무 열매 송이’를 가리키는 말인데 공처럼 둥그스름한 모양에 여러 낱의 잔비늘 같은 조각이 겹겹이 달려 있고 그 사이에 씨가 들어 있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잣송이도 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둥글지 않고 길쭉하기 때문에 ‘잣방울’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잣 열매와 소나무 열매의 짜임이나 생김새가 비슷한데 소나무 열매는 솔방울이라고 하고 잣나무 열매는 ‘잣방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우리 조상들은 이름 하나도 허투루 짓지 않으셨단 생각도 듭니다.

‘솔방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송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송이’를 말집(사전)에 찾아보면 ‘솔 송’에 ‘귀 이’ 또는 ‘목이버섯 이’를 쓰고 있고 ‘송이버섯’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송이’가 소나무 밑에서 자라는 버섯이잖아요. 그러니까 ‘솔버섯’이라고 하면 뜻도 바로 알 수 있고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말은 ‘구슬방울’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구슬같이 맑고 아름다운 방울’을 뜻하기도 하고 ‘구슬같이 동글동글한 방울’을 뜻하기도 합니다. 첫째 뜻으로 쓴 보기로는 “토란 잎 위에 구슬방울 같은 이슬이 맺혔다”가 있고, 둘째 뜻으로 쓴 보기로 “저는 어제 구슬방울 같은 땀을 흘리며 일을 했다”가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땀도 물방울처럼 맺히면 ‘땀방울’이라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기름으로 된 동글동글한 덩이는 ‘기름방울’이고, 떨어져 나온 작은 꿀 덩이는 ‘꿀방울’이라고 합니다.

땀방울, 기름방울, 꿀방울처럼 액체로 된 것이 따로 떨어져 나온 덩어리는 ‘무슨 방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를 마시다 떨어지면 ‘커피방울’이 될 것이고 술을 마시다 떨어뜨리면 ‘술방울’이 되는 것과 같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방울’이 들어간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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