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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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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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요즘 발표된 경남의 소설, 수필, 순례기(5)
오늘은 새로 나온 수필집이 손에 잡힌다. 필자는 좋은 수필가를 만나면 최민자 수필가의 수필을 한 번 보라고 권한다. 손에 딱 들어오는 신간은 김성진의 수필집 ‘그는 이메탈을 닮았다’이다. 그는 진주 출생으로 2015년 <에세이문학>에 수필가로 등단했고 2016년에는 ‘시와 사상’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1부는 <마음 다스리기>, 2부는 <말 좀 하이소>, 3부는 <밥 한 번 먹읍시다>, 4부는 <아버지의 등대>인데 단번에 제1부를 읽었다. 1부에는 모두 12편이 실렸다. 부 제목이 말하듯이 마음 다스리는 것, 사색이거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 일관했다.

<그날을 꿈구다>는 철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사유하는 사람(작가)이 되어 있다고 밝힌다 “참 어렵다. 어울리지 않게 잘난 척이나 한다. 때로는 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눈에 보이는 것조차 표현하기 어렵다. 때때로 자기 생각이 말로 표현되어 나올 때,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별거 아닐 수 있는 문제란 것을. 그저 일상에서 부딪쳐 깨우칠 수 있는 문제였음을. 사유를 글로 내뱉는 그 순간 난 또 얼마나 부끄러울 때가 많았던가,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깨달을 때가 있다. 보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위장술만 늘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 참으로 부끄럽다.”

그런 다음 화자는 다음과 같이 다진다. “이제 글을 쓰지 못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 재주도 없는 것이 돈이나 밥보다 글이 좋으니 정상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여러 장르를 좋아하니 욕심이 지나치다. .......순응하는 자세로 마음을 굳히니 아침부터 햇살이 따사롭다. 멀리 건너다보이는 푸른 산들이 새로운 사유를 부른다.”

작가로서의 자신을 부끄럽지만 수용하는 모습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볼 때 이만한 시인 작가라면 확실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는 <선택에 대한 단상>이다. “사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우리 옆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멀리 허공만 바라보고 욕심만 가득 차서 힘들어한다. 흑백 논리로 세상에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쯤일까. 쉽게 나의 위치를 판단하지 못한다. 흑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랑, 빨강, 파랑 등 갖가지 색이 있고 또 그 색마다 농도 차이도 있다. 그 모든 색의 조화가 우리 삶이다. 내리는 저 비가 누구에게는 단비가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원수 같은 비가 될 수도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 홍수가 나지 않게 가두었다가 부족할 때 쓰는 댐의 지혜처럼 결국 인생은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다.” 그 선택이 곧 스스로의 현주소이고 자신의 능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은 이런 데서도 드러나는 것일 터이다.

<대나무의 꿈>을 읽자. “대나무가 바람에 휘어지는 것은 자연에 대한 순응이다.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다. 우리 역시도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살고 있다. 흔들림이 없는 삶은 변화나 발전이 없다. 삶이 정지한 죽음이다.흔들림은 살아 있음의 상징이며 자연스러움이다. 비록 바람에 몸은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세월이 흘러 대나무의 쓰임은 줄었지만 언제나 뿌리 깊은 천 년의 꿈을 꾼다. 마파람에 댓잎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흔들리며 휘어지지만 꿋꿋이 제 자리로 와 서는 대나무, 그것이 스스로의 내면이 되는 것, 그것이 현실 속에서의 꿈이 되는 것이다.

김성진은 다음 <시간의 가치>를 쓴다. “그동안 나는 과연 주어잔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반문해 본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도 모르게 의미 없이 보낸 것은 아닌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와 함께 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고 또 해본다. 강물이 높은 곳으로 거스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 세월의 강 따라 순리에 맡긴 채 흘러가는 것이다. 더러 가다 기슭의 풀뿌리에 걸려 잠시 멈출 때도 있겠지만.....”. 김성진은 수필에서 인간 삶의 몸부림을 잠시도 멈추지 않으면서 시간이 그 값대로 흐르는 것에 하나로 서서 사유의 갱도를 끊임 없이 파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 공해>에까지 이르고 있다. 스마트는 김성진의 사유와 가치관을 어떻게 잠식하고 있을까? 다음 회를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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