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무형의 상품을 파는 일
[대학생칼럼]무형의 상품을 파는 일
  • 경남일보
  • 승인 2020.1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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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교 편집국장)
작년 3월 나는 수강 신청에 실패했다. 타자가 들지 않아서 자리를 옮긴 탓일까? 10분이 지나고 겨우 수강 신청 창에 들어온 탓일까? 전공과 교양이 전부 만석이라 들을 곳이 없었다. 다행히 과사무실에서 전공 필수 과목은 넣어주었다. 전공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신청하기’라는 버튼을 누름과 등시에 ‘인원이 많다’는 창이 수백 번 떴다. 그중 유일하게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창으로 나를 반기는 곳이 있었다. 모든 학우가 신청을 마치고 유일하게 자리가 남았던 과목은 ‘경제학’이었다. 학점을 채우기 위해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경제학’ 기초, 기본이란 단어를 붙여도 나에겐 어렵기만 했다. 신문을 챙겨보지만, 경제 분야는 넘어가기 바빴다. 경제학 교수님이 하는 수업의 8할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려운 단어와 개념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던 중에 아는 개념은 반가웠다.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 서비스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상품은 점점 변하고 1차와 2차를 지나 3차에 다 달았다. 유형의 상품이 아닌 무형의 상품을 파는 일에 내 관심이 곤두세워졌다.

우리는 같은 제품을 파는 두 매장 중 친절한 직원에게 마음이 더 끌린다. 대기업도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두기 위해 직원을 교육한다. 우리 부모님도 서비스 교육을 들으러 타지에 간 적이 많다. 나에게 친절한 직원의 상품을 사고 싶은 건 당연하다. 서비스가 중요시되면서 불친절한 직원은 한순간에 직장을 잃는다. 막중한 힘을 악용하는 사람도 물론 생겨났다. 눈에 보이는 상품은 하자가 있으면 바로 바꾸면 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는 한 사람의 기준에 따라 불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서비스를 악용한 ‘갑질’이 생겨난 이유다.

웃는 얼굴, 친절한 말투로 손님을 대하는 건 서비스업의 의무다. 불만이 있어도 일하는 동안 내색하면 안 된다. 그러나 손님을 먼저 생각하니 그들이 왕이라는 사상이 생겨났다. 고객은 직원이 조금만 거슬리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순간까지 이 직원이 자신의 비위를 다 맞춰주길 원한다. 조그만 직원의 실수도 자신의 입맛에 맞춘 글을 써서 커뮤니티에 올린다. 네티즌은 고객의 입장에 동요되어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상품에 100% 만족하는 손님만 있을 수 없다. 잠시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박예빈(경남대학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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