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통령의 백신브리핑을 원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백신브리핑을 원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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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어제 미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이 코로나 백신 맞는 영상을 보았다. 앞서 마이크 펜스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그 약을 접종했다. 펠로시 하원의장, 매코널 상원원내대표도 카메라 앞에서 어깻살을 보였다. 미국 고관들이 이처럼 남보다 먼저 공개 접종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불안 해소와 효능을 몸으로 보증하는 거다.

선진국들이 주삿바늘을 자국민 어깻죽지에 꽂아넣는 광경을 보는 우리네 심사는 복잡하다. 눈빛 가득히 부럽다가도 정부를 향한 원망이 끓어오른다. 총리는 백신 확보가 늦은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백신 늑장을 시인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이 늦지 않게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혹자는 내년 상반기 중에도 맞기가 어려울 걸로 내다본다. 헷갈린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을 선제 구매할 때 문재인 정부는 K방역 자화자찬에나 열중하고 있었단 말인가. 저주스럽다가 울화가 치밀고 그러다가 헛웃음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얼마 전 백신 4400만 명 분을 확보해놨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의문이 불거지자 지난 18일 다시금 브리핑을 했다. 밝힌 내용은 이러했다. △코백스퍼실리티에서 1000만 명분 신속 도입 협상 중이며 1분기(3월)내 도입 방안에 대해 협의 추진 중 △개별기업을 통해 3400만 명분 선급금 지급 우선확보 추진(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 구매계약 체결 완료. 얀센, 화이자, 모더나와 공급확인서 체결) 등등. 얀센·화이자는 12월, 화이자는 1월을 목표로 계약 체결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2~3월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가져올 예정이라고 했다. 문장이 온통 ‘추진’과 ’예정’으로 매듭되고 있을 뿐 똑 부러지게 무엇이 어떻다는 소리는 없다. 도입 물량도 시기도 모두가 불투명한 것이다.

구체적 도입 시기 질문에는 ‘국가간 형평성 문제가 걸려있어 기업들이 비공개를 요청한다’며 비켜갔다. 시기가 너무 늦지 않느냐고 묻자 ‘계약 이후에도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소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미 FDA가 연내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는 ‘안전성 검증을 철저히, 신속하게 심사하여 접종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FDA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우리 식약처 심사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난 18일 발표 내용은 명료하지 않았다. 많은 나라들이 속속 접종을 시작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시원하게 확정된 것들이 없다는 뜻이리라. 이런 터에 여론이 심상찮은 탓인지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했다. 21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그간 백신 확보에 적극 나서라고 몇 번씩이나 지시했는데 이런 상황까지 왔느냐”고 했다는 것.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를 주장할 때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아온 게 내각과 청와대 참모뿐이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꼬투리 안 잡히려는 관료들의 모호한 둔사가 아니다. 공무원들을 향한 대통령의 호통도 아니다.’국민을 위해 백신 확보에 노력해달라’는 식의 회의석상 추상적 당부 말씀은 더더욱 아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시는 대통령과 내각·참모들 사이에 주고 받으면 된다. 국민들은 그 실질 추진 상황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고 싶을 뿐이다. 관리들이 국민 앞에 버벅대지 않아도 될 만큼 명쾌하게 밝혀달라는 뜻이다. 이것은 대통령이 취임할 때 제시한 약속이기도 하다. 중요한 일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한 언약 말이다.

지금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코로나 백신이다. ‘나는 언제쯤 백신 맞을 수 있나.’ 현 시점에서 이보다 다급한 사안이 또 있겠는가. 국민들은 윗사람 눈치 안 봐도 되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대책을 직접 듣고 싶어 하고 있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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