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Coco, 2017)
코코(Coco, 2017)
  • 경남일보
  • 승인 2020.12.30 15: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하영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당신은 곁에 있는 가족, 친구 혹은 연인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 혹은 당신은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는가? 스위스 소설가 조엘 디케르의 저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을 잃는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겐 공감이 가는 말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공감을 사지 못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체로 우리는 ‘죽음’을 슬프고 애도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이러한 ‘죽음’에 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영화가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이다.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축제 ‘망자(죽은 자)의 날(Dia de Muertos)’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축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망자의 날은 죽은 자들을 기리며 추모하는 멕시코의 전통 행사 날이다. 우리나라의 명절 혹은 제사와 유사한 날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해골 분장을 하고 떠들썩하게 노래하며 춤을 추는 행위는 우리의 것과 그 양상이 다르다. 슬퍼하며 애도하는 날이라기보다는 기쁘고 행복한 날로 여기며 죽은 자들을 축복한다.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망자의 날에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미구엘에게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죽은 자들의 세상, 즉 사후세계라는 말만 들었을 땐, 음산하고 우중충한 모습일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이 영화에선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다. ‘코코’에서 말하는 죽은 자들의 세상은 황홀할 정도로 화려하게 묘사된다. 이곳은 죽은 자들이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 전, 축제를 즐기는 공간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지막 죽음’이란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졌을 때, 사후세계인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기서 ‘죽음’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 ‘코코’에서는 숨이 멎고, 신체가 사라진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죽은 자가 사후세계에 갔을 때, 기억해주는 사람이 사라져 그가 이승에서 완전히 잊혀버리면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비로소 삶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Remember me(날 기억해줘) 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슬픈 기타 소리를 들을 때마다) Know that I’m with you(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걸 알아줘)” 작품만큼이나 유명한 ‘코코’의 OST ‘Remember Me’에 나오는 가사 말이다. 이는 결국, 죽은 자가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기억되고 추억되는 한, 그 존재는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상대가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아끼는 친구일 수도, 그저 동경하는 우상일 수도 있다. 이제는 전할 수 없는 그리움을 가슴에 꽁꽁 묻은 채 살아가기보다는 한 번씩 꺼내어 그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며 죽음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영화, ‘코코’. 이 영화를 보며 이제는 떠나가버린 소중한 이들을 추억해보자. 그들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양하영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석현 2021-01-01 23:52: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