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처럼 소걸음 천리
손흥민처럼 소걸음 천리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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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올해의 시작은 손흥민이 새해 첫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가 토트넘에 입단해 이룬 백 번째 골이었다. 기념비적인 골이다. 이 골은 절묘한 위치 선정과 어시스트를 받아 방향을 살짝 바꾼, 매우 감각적인 슛이었다. 그의 장기는 폭풍 같은 질주 본능과 양발 슈팅에 있다. 백 골 중에서 오른발과 왼발의 사용 비율은 55대 41(물론 나머지 4는 헤딩골)이다. 그의 이미지는 빠르게 달리는 말에 비유되겠지만, 백골을 놓고 보면, 소의 느릿한 걸음걸이에 비유된다. 더욱이 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가 아닌가. 입단 6년째 시즌에 거둔 그의 기념비적인 백골은 우보(牛步) 천리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작년에 손흥민에게 가장 열광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상대 팀 선수 여러 명을 따돌린 채 70m를 단독으로 질주해 골에 성공시킨 것과, 다른 하나는 한 경기에 네 골을 넣은 것.

전자는 마라도나가 1986년 월드컵의 영국 전에서 보여준 기량보다 더 질적인 우위에 놓인다. 피파가 공인한 2020 최고의 골인 푸스카스상이 이를 거든다. 펠레 이전에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였던 푸스카스는 월드컵에서 우리를 유린했던 선수. 먼 훗날의 후배가 한을 풀었다.

한편 후자는 손흥민 축구 인생에서 양적으로 보기 드문 쾌거가 될 것 같다. 그가 한 경기에서 네 골을 넣을 때,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해트 트릭’ 이라고 보도했다. 축구 경기에서 한 경기에 세 골을 넣으면, 이를 두고 해트 트릭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한 경기에서 세 골 이상 넣으면, 해트 트릭이라고 알았던 모양이다.

이것의 명칭은 1858년 영국의 한 크리켓 경기에서 유래되었다. 야구와 비슷한 것 같아도 전혀 다른 크리켓 경기에서, 어느 투수가 공 세 개로 세 명의 선수를 아웃시켰다. 이때 팬들이 선수에게 기념으로 모자를 선물했다. 트릭이란 본디 ‘속임수’를 가리키지만 여기에서는 요령(노하우)을 뜻한다. 팬으로부터 모자 선물을 받을 만큼의 비결이 바로 해트 트릭이다. 이 낱말이 축구로 전이돼 용어로 정착했다.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넣은 네 골은 그럼 무엇이라고 할까? 먼저 말할 게 있다.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넣은 두 골을 두고 ‘브레이스’라고 한다. 적당한 번역어가 없다. 굳이 말하면, 일석이조다. 손흥민의 그 네 골은 해트 트릭이 아니다. 더블 브레이스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대여섯 골 넣은 경우는? 해트 트릭 앤 브레이스, 더블 해트 트릭이 가능하겠지만, 매우 진귀하기 때문에 그냥 ‘미러클(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나는 축구 전문가가 아니지만, 손흥민의 전성기는 스물여덟 살인 작년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의 기량은 이제 절정에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짐작하건대, 이 전성기는 내년에 열릴 월드컵을 거쳐 2025년 정도까지 이어질 듯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시작이 반이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우리가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할 때, 외국에서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K-방역이 눈앞의 성과에 눈이 먼 경우라면, 백신 개발은 멀리 내다본 통찰의 안목이었다. 우리도 이제부터 모든 일을 멀리 내다보면서 우보 천리를 걸어야 한다. 눈앞의 것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입단 6년에 걸쳐 백골을 넣은 손흥민처럼 말이다. 올해는 소의 해다 보니 더욱 이런 생각이 절실해진다.

 
송희복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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