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푸른 장미
[천왕봉]푸른 장미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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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영어의 ‘푸른 장미(blue rose)’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것’을 뜻했다. 파란 장미꽃은 현실 자연계에는 없었던 거다. 유전자 조작이나 교배육종으로 붉은 꽃 외에 흑장미, 백장미, 노란장미, 분홍장미 같은 건 얻었어도 푸른 장미만은 안 되었던 것. 해서 그 꽃말도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그도 옛말. 2000년대 들어와선 꽃말이 기적 또는 희망이다.

▶장미에는 파란 색소 유전자와 그런 효소가 없다고 한다. 천생적으로 파란 장미가 있을 수 없던 거다. 한데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이 푸른 장미를 기어이 피워냈다. 2004년 일본의 주류업체 선토리사와 호주 벤처기업 플로리진 PTY가 합작하여 ‘기적’을 일으킨 거다. 꽃말이 더이상 ‘불가능’일 수 없게 됐다.

▶푸른 장미 탄생 해외토픽을 기억 속에서 불러낸 건 작금 이 이름을 가진 시민단체가 뉴스 한 모퉁이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이란 친여 단체가 며칠 전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을 현정권 임기내에 이루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 이에 몇몇 친문 초선의원들이 냉큼 조아렸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2019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결성했다고 한다.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그의 편을 들면서 공수처를 밀어붙인 친문 극렬 단체인 거다. 당시로선 대체로 불가능해 보이던 공수처를 끝내 실현시킨 그 힘이 가위 기적 아닌가. 파란 장미! 좌파들의 이름 짓는 솜씨에 전율을 느낀다. ‘피해 호소인’ ’백신 추정 주사’같은 묘한 말재간에서도 단순 수사(修辭) 이상의 섬뜩함이 묻어나는 것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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