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요양원 아닌 집에서 임종 원한다
‘현대판 고려장’, 요양원 아닌 집에서 임종 원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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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인간의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다. ‘병에 장사 없듯’이 늙어지면 육체는 노화하고, 생활능력·경제능력도 퇴화된다. 빈곤고·고독고·무위고·질병고 등 노년사고(老年四苦)를 겪는다. 몸이 불편하면 요양원·요양병원에 가야 한다는 노인들이 많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 정도의 병이 들면 어쩔 수 없이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라는 노인요양시설에 가야 한다는 각오도 많다. 요양시설의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나온지가 이미 어제 오늘이 아니다. 자식들의 직장, 도시생활 등 어려움으로 인해 몸이 불편한 부모님의 요양시설 입원을 불효라는 의식이 강했으나 이젠 시대흐름에 적응하는 것 같다. 핵가족 맞벌이로 건강이 안 좋은 부모님을 모실 수밖에 없는 환경과 여건이 가장 크고, 가족 구성원 또한 일상생활과 여가활동이 자유스럽다는 점이 많다.

치료가 필요한 때는 요양병원을, 몸이 불편하거나 지속적인 돌봄을 받아야 한다면 요양원을 간다. 요양시설에 가면 “죽으러 왔다, 쫓겨났다”며, 식사도 거부하고 “제발 집에 보내 달라” 애원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만’나오는 경우도 있다. “자식이 날 버리고 갔다”는 ‘유배’로 생각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중증 치매환자가 퇴원을 요구하던 중 투신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고려장문화 이대로 둘 것인가, 개선할 수는 없는 건가’는 정치권 몫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이 시대에‘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생애 마지막을 상당수의 노인들이 요양시설에서 보내다 세상을 떠난다.

노인복지란 한마디로 노인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를 짐직 할 수 있다. 경제 10대국에서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노인들의 삶의 질’은 한낱 구호와 상징성에 지나지 않는다. 요양원·요양병원등 대부분의 요양시설은 4인실 이상이다. 선진국 노인요양시설은 1인실을 만들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우리의 1인실 정책은 아직도 먼일이나 언젠가는 가야할 정책이다. 노인복지 정책에 ‘선(先)성장, 후(後)복지정책’을 지속한다면 노인을 버린다는 ‘현대판 고려장’ 현상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노인 돌봄의 서비스는 질을 향상시켜 남은 생을 행복하고 편안하도록 국가·지자체가 신경 써서 케어(돌봄)하는 의미이다.

오복(五福)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다. 아쉽게도 노후준비가 가능한 사람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무대책 내지는 불가능하다니 암담하다. 지난 2016년에 분류된 인간 질병 1만2420개 중 잇몸질환·감기가 가장 흔하지만 삶의 질을 파괴하는 잔인한 병은 정도가 심한 치매·통증암·파킨슨병·중풍 등의 치료가 어려운 병에 안 걸리는 것도 행운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기만 하면 신(神)같은 존재요, 받기만하면 암(癌)·독(毒)같은 존재’라 한다. 미래의 노인 중 전자일까? 후자일까? 고민과 함께 준비도 필요하다.

산업화 이후 노인들은 집에서 존엄한 죽음보다 병원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친다. 노인의 5가지 소망 중 첫번째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요양병원·요양원’이 아닌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통해 삶의 공간인 집에서 임종(臨終)이다. 하지만 그 ‘소박한’ 소망조차 이뤄지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둘째,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사는 것. 셋째, 사는 날까지 중병에 걸리지 않는 것. 넷째. 대소변 혼자 해결하는 것이다. 마지막 소원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며칠 아프고 난 후 자는 잠에 죽는 ‘9988234’이다. 사는 날까지 행복한 노년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요양원에 안가도 될 노인들까지 자식들에 의해 억지로 보내지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양시설도 못가고 버려진 노인, 진통제로 통증을 달래며 남은 생을 기다리는 정처 없는 노인봉양 등에 경제적 부담이 안되도록 정부의 정책이 절실하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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