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앞날엔~
그래도 앞날엔~
  • 경남일보
  • 승인 2021.02.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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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졸업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고3이였던 2020년,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힘든 한해를 여러분은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루어지기도 했고, 온라인과 대면 수업이 교차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떠나서 기성세대의 정치, 세대나 이념의 갈등이 심화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우리사회는 안정과 침체, 질서와 무규범, 자유와 방종이 혼재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기회의 불평등과 과정의 불공정, 결과 또한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기성세대의 일원인 나는 여러분께 사과하면서도 여러분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새롭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희망으로 몇 가지를 당부합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께 축하를 하면서도 좋은 말만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처지가 온실에서 옮겨지는 화초나 어미의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앞날이 꽃길만은 아닐 것이고 세상은 넓다지만 할 일은 없을지 모릅니다. 또한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중심에 설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삶은 힘든 오르막일 수 있고 가시밭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의 미국 청년계관시인 어맨다 고먼의 말처럼 ‘빛을 볼 용기나 빛이 될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빛은 우리 곁에 상존’할 것입니다.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옆 사람을 살피는 사람, 그리하여 힘든 이웃을 위해 자신의 지갑을 먼저 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 성공한 친구를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돌보는 마음, 그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오늘도 살아있다’고 예전에 톨스토이는 말했고, 근자엔 여러분들의 우상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실천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꿈이 없어도 삶은 작은 기쁨으로 출렁인다고 합니다. 그래도 큰 꿈을 가지고 싶다면 그 꿈은 자신의 성취를 위함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꿈을 꾸면서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앞날에 남았으리’라 노래한 R. 브라우닝 시구를 읊조리며 매사를 긍정적 관점으로 보게되면 우리 사회는 한층 따뜻해질 것입니다. -교장 졸업식사 중에서-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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