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歸省)을 바라보며
귀성(歸省)을 바라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2.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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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시인·마루문학 회장)
 

올 해 설은 예년 같지 않았다, 추석에 이어 바이러스 탓에 모일 수 없었다. 아니 모이지 않는 것을 방역의 원칙으로 정했다. 수천 년 이어오던 민족 대이동이 산업사회의 발전으로 옅어지다가 이젠 질병관리 차원에서 금하니 온 나라 며느리가 굴레를 벗어던진 형국이다. 삼삼오오 아니 삼삼사사 관광지나 대형 쇼핑몰은 인산인해였다지 않은가. 귀성행렬은 없어도 귀경인파는 있더라는 씁쓸한 뒷얘기다.

요즘은 귀성(歸省)을 귀경(歸京)의 반대말 정도로 안다. 성(省)을 성(城)으로 오해한 탓일까. 성(省)을 풀이하면 적을 소(少)와 눈 목(目)이다. 눈으로 작은 것 까지 세밀하게 본다는 깊은 뜻이다. 다시 말해 자세히 관찰하듯 본다는 의미이다. 예기, 곡례 편에 혼정신성(昏定晨省)이 나온다. 해가 지면 잠자리를 봐드리고 새벽이 되면 문안을 여쭙는 효(孝)의 근본에 관한 대목이다. 예기를 인용하면, 귀성은 귀향성친(歸鄕省親)의 줄임말이다. 명절의 귀성행렬은 부모를 섬기기 위한 지극한 효심의 대명사였던 셈이다.

귀(歸)에는 며느리 부(婦)가 들어 있다. 언덕 부(阜)와 그칠지(止)를 더해 돌아가다는 의미의 글자를 이룬다. 설문해자에서는 언덕 부(阜)를 흙으로 이루어진 큰 땅이라고 했다. 며느리는 어머니가 되기 위한 시작이고 여성성의 완성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귀(歸)는 늘 새로움의 터전을 의미하는 큰 땅이 되는 글자이며 발전의 보루였는지도 모른다.

일 년에 한 번 리셋을 위한 성찰(省察)의 기회를 코로나19가 빼앗아간 명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세시풍속을 질병 탓에 쇠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더는 명절이 아니지 않은가. 코로나는 면역력이 약한 인간의 육체적 허약성을 공격하고 이를 숙주로 삼아 전염을 이어가는 병이다. 온 나라가 전염병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쇠해 질 때로 쇠하여졌다.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모이지 말아야 한다는 단방(單方)처방은 더 큰 것을 놓치고마는 느낌이다.

효(孝)의 근본은 어르신을 업은 아이의 심성이다. 어른을 공경하는 어르신을 업은 아이의 마음인 귀성을 잃음으로 어쩌면 정신적 면역증강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어버이라면 나라는 며느리 아니겠는가. 단순히 접촉과 대면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인 처방이었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민족 귀성을 막는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귀성을 허용하고서도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을 만나고 싶다. 그게 국가이고 그래야 나라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안채영/시인·마루문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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