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고와 집단 지성
집단 사고와 집단 지성
  • 경남일보
  • 승인 2021.02.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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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생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각종 문명의 혜택은 인류가 집단을 구성하여 협업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이 하는 의사결정은 개인의 합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집단 지성을 기대하나 오히려 부정적인 집단 사고도 발생한다.

집단 사고(groupthink)는 집단구성원들이 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의견을 억압하여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자문위원회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난민들을 훈련 시켜서 피그만을 침공하여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작전을 실행했으나 실패로 끝나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1986년에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간부회의는 기술자들이 추운 날씨에 고무 밸브가 폭발할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무시하고 예정대로 발사했다가 7명의 승무원과 함께 폭발하였다.

그 외에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예측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군인들의 결정, 트루먼 대통령과 국가안보위원들이 한국 전쟁에 중국 참전이라는 결과를 낳은 잘못된 결정, 존슨 대통령 시절에 발생한 베트남전의 확산과 장기화 과정, 닉슨 대통령 재임 시절의 워터 게이트 사건 등이 집단 사고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집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억제하는 개방적 리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 반대의견도 토론하는 체계적인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ectual)은 다수 개체들이 서로 협력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개미를 관찰한 결과에서 제시한 것으로, 개미는 미약하지만 공동체를 이루어서 협업을 할 경우에는 개미집과 같은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고프는 회사 소유 광산의 지질 정보를 공개하면서 금맥찾기 공모전을 열었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110곳의 금맥을 찾아내어 220t의 금을 채굴했다. 인터넷 기반의 위키피디아는 지식정보의 생산자와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모두가 손쉽게 공유하면서 계속 진보하는 집단 지성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네이버 지식인과 각종 커뮤니티 등도 집단 지성을 활용한 사례이다.

집단 지성도 적극적인 몇몇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되고, 사회적 분란을 초래하며, 비전문가들이 결정함으로써 신뢰성이 의심된다. 집단 지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쏠리지 않는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가 지켜지지 않으면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사고로 흘러가기 쉽다.

한국 사회도 특정 사안을 두고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집단 능력 과신과 폐쇄성 및 획일화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특정 강경파들을 의식하여 소위 진영논리에 휩싸인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집단 내부에서 건전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노력보다는 강경론자들이 일단 결론을 내려놓고서는 다른 의견이 나오면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집단 외부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무차별적인 내로남불식 공격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집단 지성보다는 진영을 대변하는 집단 사고로 인해 서로를 혐오하는 극단주의와 맹목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디지털 문명에 의해 보고 싶은 것만 봄으로써 편향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방역과 경제라는 민생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집단 사고가 아니라 집단 지성을 통한 상호존중과 배려의 정신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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