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리산 산청 문화재 순례
[기획]지리산 산청 문화재 순례
  • 원경복
  • 승인 2021.02.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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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전경
지리산 천왕봉의 기운을 가슴에 품은 고장이라 그런 것일까. 서부경남의 젖줄인 경호강이 등허리를 감싸 안고 있어서일까.

최근 수년간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군에 자리 잡은 문화재와 유적들이 잇따라 국보는 물론 보물과 기념물로 지정되거나 지정 예고되고 있다. 마음 급한 화초들이 성급히 봄마중을 나오는 계절. 옛 선현들의 발자취를 느껴보기 위해 산청으로 문화재 순례를 나섰다. 진주와 가까운 신안면과 단성면 남사예담촌을 지나 지리산 자락 아래 자리잡은 삼장면 내원사까지 하루 이틀이면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단성향교 명륜당
◇보물 지정된 단성향교 명륜당·경남도 기념물 지정예고 백마산성

진주에서 15~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신안·단성면을 먼저 찾았다. 이곳에 가장 최근에 보물로 지정된 옛 향교 건물이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산청군 단성면에 자리한 단성향교 명륜당이 보물 제2093호 지정됐다고 밝혔다. 단성향교 명륜당은 조선중기 향교 건축으로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정면 5칸, 측면 2칸, 공(工)자형 맞배지붕 양식의 건축물로 누(樓), 강당(講堂), 문(門)이 통합된 독특한 건축 형식을 가지고 있다.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外三門)과 내삼문(內三門) 사이 위치해 대성전(大成殿)과 함께 일직선으로 배치돼 있다. 이는 전형적인 향교배치 형식중 하나인 전학후묘(前學後廟)를 따르고 있어 건축·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산청 백마산성(山淸 白馬山城)은 산청 신안면에 위치한 백마산(해발 286.3m) 정상부를 두르고 있는 좁고 긴 형태의 테뫼식 산성(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성곽을 두른 산성)이다. 최대 길이 약 511m, 최대 너비 약 91m, 전체 둘레는 약 1227m터다.

조선시대 문헌자료 ‘경상도 지리지(1425년 편찬)’에 강산성(江山城)으로 기록된 이래 강산석성(江山石城,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 동산성(東山城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 단성산성(丹城山城, 1609년 선조실록) 등 여러 이름으로 확인된다.

산청 백마산성 내에서는 가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혈(柱穴)과 원형 석축, 집수지 등이 확인된다. 남강수계의 유력 가야세력인 산청 중촌리 고분군 조성집단과의 관계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또 후대의 석축과 문지, 집수지, 군창터 등도 확인돼 가야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서부경남의 중요한 관방시설로 활용된 산성임이 밝혀졌다. 산청 백마산성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 기념물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산청 백마산성 전경
이제 개국공신 교서비
◇남사예담촌이 간직했던 국보 이제개국공신교서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개국공신 ‘이제’에게 직접 내린 공신교서로, 조선 최초로 발급된 공신교서이자 실물이 공개돼 전하는 유일한 개국공신교서다.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국보로 승격된 지난 2018년, 교서를 최근까지 보관하고 있던 성주이씨 경무공파 대종가가 있는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에서는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성주 이씨 경무공파 대종가에서는 교서를 지난 630여 년간 보관했으며 최근 국립진주박물관에 위탁해 보관 중이다. 현재 교서의 내용은 비석으로 만들어져 남사예담촌에 세워져 있는 ‘이제개국공신 교서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이제를 모신 재실인 영모재에서 발견됐다. 1392년 (태조 1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를 개국공신 1등에 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서는 국왕이 직접 당사자에게 내린 문서로 공신도감이 국왕의 명에 따라 신하에게 발급한 녹권보다 위상이 높다. 교서에는 이제가 다른 신하들과 대의를 세워 조선 창업이라는 공을 세우게 된 과정과 그의 가문, 친인척에 내린 포상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산청군은 지난해 가을, ‘이제 개국공신교서’의 역사적 의의와 전통문화의 고장 남사예담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남사예담촌 전통문화제 태조교서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창작가무극 형태로 구성된 ‘태조교서전’은 사단법인 기산국악제전위원회 최종실 이사장이 총연출을 맡아 ‘왕의 행차’ 등을 웅장하게 그려냈다. 특히 태조 이성계와 계비 신덕왕후의 딸인 경순궁주와 혼인, 조선을 개국하고 태조 즉위에 공을 세운 1등 개국공신 ‘이제’가 교서를 전달 받는 장면을 재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산청 석남암사지 비로자나불좌상
◇덕산고을에 자리잡은 내원사 석조 비로자나불좌상

발걸음을 지리산 쪽으로 더 옮겨본다. 남명조식 선생의 유적지가 있는 시천면을 지나 삼장면 대포리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내원사로 오르는 길목인 장당계곡을 만날 수 있다. 장당계곡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좌측 내원골과 맞닿는 지점에 내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내원사의 기원인 ‘덕산사’는 산청군 시천·삼장면에서는 아주 낯익은 이름이다. 옛 부터 삼장면과 인근 시천면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리 잡은 터를 ‘덕산’이라고 부른다. 시천면 초입의 남명 조식 유적지 인근을 입덕문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면 통칭해 덕산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이름을 덕산으로 지었고 강변에 조성된 시장의 이름도 덕산시장으로 부른다. 하물며 농협하나로마트의 이름도 덕산지점이다. 이처럼 지역의 이름과 같은 기원을 가진 지금의 내원사는 작고 소박하지만 여느 사찰보다 정감있고 가까운 느낌이다. 작은 건물 6채에 불과한 내원사지만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외에도 최근 국보로 지정된 산청 석남암사지 비로자나불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
산청 내원사 전경
불상이 있는 비로전으로 들어서자 세월의 풍파에 깎여 표정을 알아보기 힘든 돌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워낙 오래된 탓일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 코 입의 표현이나 옷깃, 손모양 등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상의 옆으로 돌아서니 정면에서 볼 때는 몰랐던 특이점이 눈에 띈다. 마치 방석을 깔고 앉은 듯 어색한 가부좌와 몸의 비례와 맞지 않는 너무 얇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불상 아래의 좌대와 불상의 등 뒤를 받치고 있었을 광배가 서로 떨어져 깨진 듯 보였다. 자세히 보면 목 부분이 깨져 시멘트로 이어 붙여 놓은 자국도 보인다. 단순히 오랜 세월 탓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많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불상 아래 좌대 부분의 연꽃잎 모양이 비교적 상세하게 남아있는데 반해 불상의 훼손 정도가 심해 보기에 안타깝다. 766년 만들어진 비로자나불좌상은 1990년 보물 제1021호로 지정됐다가 2016년에 국보 제233-1호로 승격됐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불상을 비로자나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곧게 편 왼손 집게손가락을 오른손 안에 넣는 지권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권인을 한 비로자나불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라고 하니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유물이다. 신안면과 단성면을 거쳐 삼장면까지 산청 전체를 가로질러 문화재 기행을 가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산청 동의보감촌에 있는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복원탑도 한번 찾아보면 좋을 듯 하다.

본신은 국립진주박물관에 있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된 복원탑이며, 국보에 쓰인 것과 동일한 범학리 일대의 섬장암을 사용해 탑을 복제하는 한편 소실된 상륜부를 복원해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지리산 천왕봉을 품은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군답게 적지 않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옛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들이 경남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경복기자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유림독립기념관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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