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사형제없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경일시론]사형제없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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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지난달 충청도 한 법정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자신의 두 딸을 살해한 가해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의 언도를 듣고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절규하였다. 말다툼 같은 일상 속의 흔한 마찰을 두고 가해자가 ‘여친’을 무참히 목졸라 죽인 참사의 선고공판에서다. 살해 당한 딸의 아버지가 죄값이 가볍다며 재판부를 향해 울부짖었다. 마땅히 극형인 사형이 선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바람과 다른 심판이 나오자 울분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 또 있을 향후의 공포감도 묻어 있었다. 가해자가 감형되어 세상에 나온다면 그 참혹한 현실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하는 애탄이다.

형법 제41조에 명시된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지 삼십년 남짓 지났다. 아직도 그 종착적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헌법정신에 합당한 지에 대한 두 번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996년과 2010년의 일로 각각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이후 2019년에 또 헌법소원이 접수되면서 지금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판결을 내린다는 헌재의 아젠다가 공표되었다. 재판관 9명 모두가 임명을 위한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이전과 달리 헌법불합치 판결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즉 사형제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였다. 인간의 목숨과 이와 연관된 일체의 권리를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엄존한 반면, 이를 뺏을 권한은 없다는 취지의 견해다. 이와 달리 법무부는 사형제도존치가 절실하다면서 보강된 논리로 의견서를 전달했다. 살인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과,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응보 욕구가 응집된 필요악으로 재단했다. 죄에 대한 죄값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간적 섭리를 강조했다.

양자 모두 이론적, 실제적 타당성이 물씬하다. 세계 각 나라마다 이 제도 인용이 획일적이지 않다. 대체로 기독교의 종교적 교리(敎理)가 강하게 남아있는 유럽 국가는 사형제도가 거의 없다. 반대로 선악에 대한 고락(苦樂) 차별을 강조하는 유교문화가 강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이 제도를 받든다. 미국의 경우는 각 주마다 다르다.

지금도 56명의 사형수가 있다. 그들을 곧장 죽여야 한다며 핏대를 올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형수, 그 가해자들에게 무참히 목숨을 잃은 사람의 생명권은 어떻게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직접적 피해를 당한 당사자 가족이라도 그럴까.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가 살인 등 피해자가 될 소지는 늘 그리고 곳곳에 있다. 천인공노할 흉악범 없어, 그래서 극형인 사형없는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쉬운 등식이 아니다.

사형제와 관련한 학술대회와 각양의 토론회에 참 많이 참여했다. 때로는 좌장으로, 또 때로는 패널로 그랬다. 그럴 때마다 말미에 기회를 엿보고 늘 물었다. ‘성폭행’으로 순화됐지만 법률용어는 강간(强姦), 엽기적 살인인 범죄를 말처럼 쉽게 용인될까? 십 수명을 죽이는 흉포한 살인자를 징역형으로 용서할 수 있는가에 회의가 크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배우자 등 가족이라도 사형은 안된다고 말 할 수 있는가’하는데 방점이 있다. “그렇다”는 대답을 명쾌하게 들은 적이 없다. 언젠가 사형제폐지론의 대표적 법학자였던 주제발표자 한테도 물었다. 마찬가지로 ‘그럴 수 있다’는 답은 듣지 못했다. 위선으로 다가왔다. 남의 일은 되고, 나는 안되고. 훗날 그는 잠시 법무부장관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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