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시지프스들
이 땅의 시지프스들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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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는 신(神)과 인간관계가 매우 활발했던 것 같다. 그 산물이 ‘그리스 신화’이다. 제우스라는 신을 정점으로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면서 인간사회처럼 권모술수와 음모, 서슴지 않는 범죄가 난무한다. 훔치고 납치하고 빼앗는 신들의 사회가 신화 속에 펼쳐진다. 그 사이에 끼어든 인간이 시지프스이다. 그는 고자질과 약점을 이용한 거래로 신들을 괴롭혀 자신의 이득을 취하지만 결국은 신들의 담합으로 명부(冥府)에 끌려간다. 신들의 신 제우스는 그에게 산 꼭대기에 바위를 옮기는 역할을 부여, 지금도 바위를 끌어 올리고 있고 바위는 정상에 오르는 순간 다시 아래로 굴러 내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5000년전 신화속 신들의 놀음을 빗대 인간사회의 권선징악(勸善懲惡)을 논했던 것이다. 이 신화는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국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선출한 사람들로부터 지배받고 휘둘려야 하니 그들이야 말로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시지프스들은 제우스를 신들의 신으로 뽑고 80%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고 그를 따르는 180명에 달하는 신을 뽑은 잘못(?)으로 지금 ‘한번도 경험해 보지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개의 법률을 거쳐야 하는 비행장 건설을 제우스의 말한마디로, 181명의 신들이 합세해 통과시켰다. 제우스를 둘러싼 그들은 적이 싫어하면 군사훈련도 포기하고 자신의 죄를 덮으려 수사자체를 무력화하는 담대함을 가졌다. 법으로 묶고 죄를 덮어 씌우거나 역공으로. 의사가 반발하면 간호사에게 의료행위를 주자하고, 반발하면 금지법안 내고 또다른 제우스후보에게는 출마금지법안을 낸다. 특별법, 방지법 등 수준미달의 법을 양산해 반대편의 신들과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다수로 누르고 있다. 몇몇 신들과 시지프스(?)들이 이에 반기를 들어 그나마 숨구명이 열린 것은 다행이다. 이를 두고 제우스의 레임덕을 말하지만 제우스를 따르는 수많은 신들이 반발하는 신들과 시지프스들에 맹공을 퍼부으며 선거라는 제동장치를 또다시 점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제우스와 신들은 만연하는 역병에 백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빚을 내어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 돈은 민초들과 기업인들이 벌어서 갚아야 할 돈이다. 그래서 세금을 올리자는 신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한 세기가 지나기 전 일어났던 일들을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한다. 그리고 더 오래전 역사와 비교하며 공과를 논하고 그런 역사적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 오류나 잘못을 경계한다. 토인비라는 역사학자는 이를 역사는 발전한다는 주장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제우스의 뜻과 다수의 힘으로 지난 시절의 신들이 마련해 둔 업적을 과감히 뒤엎고 없었던 일로, 아니면 평가절하해 다른 제도로 바꾸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한 언론인이자 소설가는 어떤 사실이든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오늘의 현상과 다수 신들의 행위를 후세 역사가들은 어떻게 기록할까. 사뭇 궁금하다.

실존철학의 대가 카뮈는 ‘사람이 사회의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은 시지프스의 인생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조리는 인간의 조건이라 그를 견디지 못하면 자살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체념하거나 운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시지프스가 될 순 없는 것이다. 이제는 정치가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무거운 질곡에서 벗어나 더 좋은 세상, 더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와 누구든 승복하고 따르는 세상, 평등한 세상을, 그리고 편가르기에 갈등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맹목과 맹신은 죄악이다. 저항해야 한다. 자각했으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시지프스가 신들을 바꾸는 가장 합법적 수단은 선거이다. 선택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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