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추억
편지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21.03.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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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남 (성심정공대표)
 

봄소식과 함께 새 출발을 알리는 결혼 소식이 전해 온다. 하지만 올해는 결혼 소식 첫머리에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소식 전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부터 전한다. 좋은 소식에 사과의 말부터 전해야 하는 현실이다. 얼마 전 딸도 친구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신랑 신부의 웨딩 사진과 함께 결혼식에 초대 한다는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모습과 마음이 담긴 손편지가 더해져 정감이 갔다.

나는 편지하면 미안하고 재미있는 추억이 생각난다. 여름 방학 끝자락으로 기억된다. 우리 집은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어 매일 학교에서 놀곤 했다. 친구 6명이 모여 지겹도록 더운 날씨를 뭘 하고 보낼까 생각하다가 “아! 우리 장난 편지 한번 써보자!”라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날 놀러 나오지 않은 친구에게 가짜 연애편지를 쓰기로 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온갖 달콤한 말들로 장난 편지를 썼다. 편지 마지막에 학교 운동장에서 저녁 8시에 만나자고 쓰고, 친구의 방 창으로 던져 넣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미리 학교 나무 울타리 사이에 숨어 모기에 물려가며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친구는 옷을 단정히 입고 머리를 곱게 빗고는 학교로 왔다. 우리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친구는 한참을 어두운 운동장에서 오지도 않을 편지의 주인공을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우리는 또 편지를 보냈다. 어제 못 나가 미안하다고 다시 만나자는 편지를 보냈다. 다음날도 한참을 기다리다 돌아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우리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속았는데 뭐가 좀 이상하더라는 친구의 말에 한바탕 웃으며 넘어갔지만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 나는 또 편지를 써서 필통에 넣어두었다. 학교생활 잘 적응해 나가라는 엄마의 기도를 담은 마음을 몇 자 적어 보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IMF 때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딸은 낱개로 포장된 비타민에 “엄마 힘내세요”,“엄마 사랑해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적어 선물해 주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딸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요즘은 SNS로 친구들께 소식을 전한다.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코로나로 갑갑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나의 핸드폰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지만 오랜 시간 소식을 전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면 반가운 답이 온다. 이제는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하고 대단히 수고했다는 편지를 하루빨리 받고 싶다.

김성남/성심정공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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